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5’가 개막한 7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베네시안호텔 유레카파크. 프랑스관에 들어서자 성인 남자 키보다 1.5배 큰 초대형 세탁기가 한눈에 들어왔다. 프랑스 스타트업 워신이 제조한 세탁·건조기 ‘놀라’는 에너지 효율과 편의성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제품으로 주목받았다. 똑똑한 인공지능(AI) 덕분이다. 빨래통 안에 장착한 카메라를 통해 빨래의 종류와 얼룩 정도, 옷감 재질을 파악한 뒤 AI가 최적의 빨래 솔루션을 제공한다.
회사 관계자는 “AI가 적용된 적외선 건조기의 전기 사용량은 기존 제품보다 55% 적다”며 “세탁할 때 쓰는 물의 95%를 재활용하기 때문에 물 사용량도 최대 66%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CES 2025에선 이처럼 AI가 에너지 효율을 끌어올린 기술이 대거 공개됐다. 이탈리아 스타트업 티넨탈은 산업용 펌프의 에너지 사용량을 최대 60% 절감할 수 있는 에너지 솔루션을 선보였다. 생산 라인을 멈추거나 변경하지 않고도 몇 분 안에 사물인터넷(IoT) 기기를 각각의 펌프에 설치하는 식으로 솔루션을 구축할 수 있다. IoT 기기로 수집한 모터 속도와 토크 값 등을 AI가 분석한 뒤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모터를 제어한다.
국내 기업 한국그린데이터는 캠퍼스, 병원, 아파트 등 시설별 특성에 딱 맞는 AI 에너지 관리 플랫폼 ‘그린OS’를 공개했다. 사용자의 에너지 사용 패턴을 AI로 분석해 냉·난방 온도와 습도, 이산화탄소 농도 예측량을 알려준다. 이를 토대로 목표 수치를 설정하면 AI가 실시간으로 공간을 모니터링하며 불필요한 에너지 사용을 최소화한다. 홍콩 기업 카놋이노베이션은 AI를 적용한 시설관리 솔루션을 내놨다. 냉각기, 펌프 등 주요 시설의 결함을 미리 파악해 적절한 교체·수리 시기를 제안해준다.
라스베이거스=원종환 기자 won04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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