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병헌이 '오징어게임2'에 참여하는 배우들의 논란에 대해 언급했다.
이병헌은 8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오징어게임' 시즌2(이하 '오징어게임2') 인터뷰에서 탑(본명 최승현)의 캐스팅 과정에서 불거진 의혹에 "억울하고 안타까운 건 없다"면서도 "제가 30년 넘게 연기하면서 캐스팅에 대해 말하는 건 월권이라고 생각한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오징어게임' 시리즈는 456억원의 상금을 걸고 게임을 펼치는 456명 참가자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 '오징어게임2'는 복수를 다짐하고 다시 돌아와 게임에 참가하는 기훈(이정재 분)과 그를 맞이하는 프론트맨 황인호(이병헌 분)의 치열한 대결을 담았다.
시즌1에서 특별출연으로 이름을 올렸던 이병헌은 시즌2와 시즌3의 주인공으로 극을 이끌며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하지만 시즌2 캐스팅이 알려졌을 당시 마약 투약 전과자인 탑의 합류 소식에 비난의 목소리가 나오면서 "이병헌의 친분이 영향을 끼쳤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당시 이병헌은 어떠한 입장도 밝히지 않았다.
이병헌은 "입장을 밝히는 건 개인 자유"라며 "제 생각이 있다고 해서 꼭 목소리를 내야하는 건 아니다"고 소신을 전했다. 그러면서도 "말씀드리고 싶은 건, 30년간 이일을 하면서 배우가 캐스팅에 대해 말하는 건 월권이라고 생각한다"며 "감독이 역할에 대해 '파트너로 나올 사람은 이 사람을 생각하는데 어떻냐' 이렇게 말할 수 있는데, 그때도 그 배우의 역량이 어떻냐가 아니라 사적으로 관계가 안좋은지 파악하기 위함이라고 생각한다. 그 정도다"라고 말했다.
같은 소속사에 몸담고 있고, '오징어게임2'에서 함께 호흡을 맞추 후배 배우 박성훈의 논란에 대해서도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박성훈은 극중 트랜스젠더 현주 역할을 맡으며 주목받았지만, '오징어게임2' 공개 첫 주 일본 성인 콘텐츠 포스터를 개인 사회관계망(SNS)에 올려 논란이 됐다.
이병헌은 "배우가 연기한 현주도 큰 반응을 일으키고, (박성훈이) 그 역할도 잘 해냈다"며 "개인적인 SNS에 한건 개인의 문제인 거지, 제가 가타부타 말하는 건 그렇지만 안타깝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병헌과 일문일답.▲ 공개 후 2주째 글로벌 1위다. 어떻게 보고 있을까.호불호가 갈리는 반응을 안다. '실망이다' 이런 평가도 들었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 놀랄만한 반응이 아니었나 싶다.
▲ 시즌1과 비교해 시즌2에 비중이 완전 달랐다. 작품에 임하는 마음가짐도 달라졌을 거 같은데.마음가짐은 달라지지 않았다. 이전에도 카메오 출연을 했지만, 전 카메오 출연할 때 오히려 질문이 많다. 카메오는 서사가 없다. 잠깐 나오는 거라. 어떤 삶을 살았는지, 어떤 신념과 성격을 가졌는지에 설명이 없어서 오히려 더 많이 질문을 한다. 그래서 인물의 형태를 더 보고 싶어한다. 그래야 제가 젖어들 수 있으니까. 막연하게 '연기해봐라' 하면 기댈 곳이 없어서 힘들다. 그런 측면으로 따지면 시즌2보다 시즌1때 질문이 더 많았다. 물론 이번에도 질문이 많았지만.(웃음) 감독님이 '하도 질문을 많이 해서 인호의 서사가 완성됐다'고 하시더라. 감독 입장에서 많은 캐릭터를 모두 관장하다보니 배우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질문을 던졌을 때 즉각적으로 답도 하고, 함께 생각하기도 하는 순간들이 많았을 거다. 그래서 같이 연구하고 생각해서 만들어 간 게 있다.
▲ 시즌1이 성공하고, 시즌2에 주인공으로 합류한 건데, 기대하고 설레지 않았을까 싶다. 당연히 그랬다. 그땐 시즌1이라고 부르지도 않았다. 황 감독과는 영화 '남한산성'부터 인연이 있고, 가끔 만나서 밥먹고 술한잔 하는 관계다. 그래서 작품 외적의 것도 많은 얘길 한다. 그런데 어느날 '시즌2를 해야할 거 같다'고 하더라. 그래서 '그럼 저도 나오겠네요' 했다. 살아 남은 사람이 많지 않으니까.(웃음) 그래서 잘됐다 싶었는데 '우리들의 블루스' 찍을 때 제주도에서 촬영을 하는데 황 감독이 놀러왔다. 같이 밥을 먹으며 시즌2에 대해 물어볼 때만 해도 '아직 정해진 게 없다'고 했다. 다만 저는 인호의 과거 얘기가 나오려나 보다 혼자 상상했다. 그러고 시나리오를 보고 깜짝 놀랐다. 6개월 만에 썼다는 초고가 너무 탄탄했다. 연출도 잘하지만 이야기를 쓰는데 천재적인 재능이 있구나 싶었다. 기훈과 인호의 관계도 시청자와 인호만 아는 긴장감도, O·X 시스템을 넣는 것도 너무 좋았다.
▲ 시즌2 공개 후 '인호가 진짜 주인공'이라는 반응이 있었다. 해외에서는 기훈과 인호의 관계를 로맨스로 보기도 하고. 혹시 그런 관계를 'BL'이라고 하지 않나.(웃음) 저도 들었다. 성기훈의 캐릭터를 보자면, 이야기를 서술해가는 입장이 된 거 같다. 그렇기 때문에 파격적인 행동을 한다거나, 중간에 변화가 있다거나 이런 것들 없이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화자의 입장이라 그렇지 않은 인물들이 더 눈에 보일 거 같더라.
▲ 이정재가 연기할 때 '이병헌에게 농락당하는 기분이었다'고 하더라. 그렇게 생각됐다면 맞는 감정이다. 사실 프론트맨은 그렇게 위에서 아래를 지켜보는 기분으로 기훈을 지켜봤다. 무엇이 펼쳐질지 어느정도 예상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쳐다보는 거니까. '놀아주겠다' 하는 마음으로 하는거다. 팽이를 돌릴 때에도 시간을 봐가면서 그런거다. 왼손잡이인데 오른손으로 돌리다가 비로소 왼손으로 성공시킨 거다.
▲ 팽이를 너무 잘돌려서 NG가 많이 났다고 하더라. 뒤로 던져도 팽이가 돌아갔다고 하던데. 그 정도는 아니다. 그런데잘돌리긴 한다. 몇개월 전에 소품으로 줘서 연습을 했는데, 처음은 힘들었다. 어릴 때 쓰던 팽이랑 무게도, 끈의 느낌도 달랐다. 손에 안맞는 어색함이 있었다. 그걸 익숙하게 만드는 시간이 있었다. 거기에 왼손으로 능숙하게 해야하니, 그런 연습을 했다.
▲ 시즌1에서는 게임장 밖에서만 있었다면, 이번엔 게임에 직접 참여하면서 느낌이 남달랐을 거 같다.시즌2 찍으면서 숙소를 처음 봤다. 시청자의 마음이었다. '우와, 대단하다' 싶었다. 그런 지점에서 놀랐고, 그 안에서 촬영하면서 적응해갔다. 그 후에 프론트맨으로 모니터방에 있을 땐 혼자 촬영하니 외롭긴 하더라. 함께 찍을 땐 대기하는 시간도 빨리 지나가더라. 즐거웠다.
▲ 연기하며 힘들었던 지점도 있었나. '둥글게둥글게' 할 때 방에서 사람 죽이는 장면이 힘들었다. 황인호와 프론트맨, 황인호가 변신한 게임 참가자 오영일이 왔다갔다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순식간에 교차되는 느낌, 그게 힘들었다. 촬영을 11개월 넘게 했는데, 메인 캐릭터만 10명이 넘게 나오니까, 어떨땐 두달에 하루 촬영한 적도 있다. 한달에 하루 촬영하고. 몰아서 찍을 땐 몰아서 하고. 두달을 다른 곳에 있다가 촬영장에 가면 다시 읽어야 한다. 이 상황 속에 빠져야 하니까. 작품을 할때 몰아서 찍으면 배우들에겐 더 좋다.
▲ 매번 연기 칭찬이 나오지만, 이번엔 해외에서도 많았다. 할리우드 작품을 여럿했는데, 연기 얘긴 없었다. 액션이 많아서 그런건지, 영어 연기를 하는 상황이라 '영어를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에 불편감이 느껴지신 건지. 해외에서도 '참 잘했다' 하는 얘길 들으니 기분이 좋았다.
▲ 할리우드 활동을 일찍 시작했고, '기생충'과 '오징어게임' 시리즈가 나오기전까지 '글로벌 배우'로 꼽히는 몇 안되는 사람이었다. '오징어게임' 성공이 남달랏을 거 같다. 할리우드 작품을 처음 시작했을 당시에, '미국에서 뿌리내리겠다', '성공해보겠다' 이런 건 없었다. 단순한 호기심이었다. 배우로 인생을 살면서 '할리우드 작품하면 재밌지 않겠나' 이런 마인드였다. 어렵겠지만 고향을 떠나 개척해나가는 그런 사람의 입장에서 부담스러웠지만 '경험해보자'라는 입장이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이걸 하면 전세계 모든 사람이 알아볼텐데 어떡하지' 이러기도 했다. 그런데 아무도 못알아본다. 가끔 공항에서는 '본거 같다' 이 정도지, 그래도 '봤다' 이런거 없었다. 그런데 '오징어게임2' 프로모션으로 미국에 갔을 때 팬들의 반응을 보면서 감개무량했다. 내가 '지.아이.조' 처음 했을 때 이런 반응을 예상했는데, 한국 동료들과 한국말을 한 작품으로 이렇게 해외에서 사랑받게 된다는게 아이러니하면서도 감개무량했다. 그래서 한국 대중문화의 위상이 어느정도인지 확실히 느낀다.
▲ 그룹 BTS의 마음을 알거 같다고 해도 되나. 방탄소년단이나 블랙핑크보면 '선배님' 이럴려고 한다.
▲ 차기작은 박찬욱 감독의 영화 '어쩔수가 없다'다. 박찬욱 감독도 해외에서 주목받는 연출자라 '흐름이 좋다'는 반응도 있다. '이번에 분위기가 좋다' 이렇게 지엽적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배우 생활하면서 30년 넘게 살았는데, 아쉬웠지만 선택한 것도 있고, 죽어도 못하겠다 한 것도 있고, 이 모든 게 인연이라 생각한다. 결과는 상관이 없다. 내 의지는 작용하지 않는 거 같다.
▲ 박성훈이 최근 논란이 된 것에 대해 소속사 배우고, 선배로서 어떻게 봤나. 안타깝다. 성훈 배우가 연기한 현주도 큰 반응을 일으키고, 그 역할도 잘 해냈다. 개인적인 SNS에 한 건 개인의 문제인 거지, 제가 가타부타 말하는 건 그렇지만, 안타깝다.
▲ 반대로 탑의 캐스팅 논란이 불거졌을 당시 '이병헌이 끼워넣기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는데, 그것에 대해 개인적으로 안타깝고 속상하진 않았나. 억울하고 안타까운 건 없다. 입장을 밝히는 건 개인 자유다. 제 생각이 있다고 해서 꼭 목소리를 내야하는 건 아니다. 다만 캐스팅 부분은 30년간 이 일을 하면서 배우가 말하는 건 월권이라고 생각해 왔다. 감독의 역할에 대해 '파트너로 나올 사람은 이 사람을 생각하는데 어떻냐'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역량이 어떻냐가 아니라 사적으로 관계가 안좋은지 파악하기 위함이라고 생각한다. 그 정도다.
▲ 그렇게 출연한 탑이 연기력 논란에도 휩싸였다. 캐릭터가 보여줄 건 다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일반 사람이 보여줄 수 없는 부분을 다 갖고 있었다. 그 안에서도 약을 하고, 시나리오를 읽을 때부터 특이하고 눈에 띄고 재밌겠다는 생각을 했다. 인물이 여럿 나오는 시나리오를 읽으면 '누가 될지 모르지만, 이 역할은 눈에 보인다' 이런 것이 있지 않나. 타노스가 그랬다.
▲ 탑과는 '아이리스' 이후 오랜만에 함께하게 됐는데, 조언한 게 있나. 나랑 같이 붙는 장면은 현장에서 '해보자' 해서 같이 맞춰봤다. 연기에 대해 아직 서툴다고 본인이 생각하고, 불안해하는 신인이 있으면 저는 그런 방법을 택한다. 서로 연기에 대해 '그건 아니다' 하는건 후배라도 월권 행위다. 하지만 '이렇게 하는 건 어떨까' 이렇게 조심스러운 접근은 필요한 거 같다. 그런데 그렇게 맞춰보다가 ''아이리스'에서도 두들겨팬 거 같은데, 또 이렇게 팬다'는 생각을 했다.
▲ 시즌3 공개 후 해외 반응에 대한 기대감은 없나. 해외 시상식 수상이라거나.그렇게 된다면 여기 참여한 모든 사람들이 꿈을 이룬 느낌이 아닐까 싶다. 할리우드라는 곳은 영화 산업이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본거지인데, 그런 곳에서 영상 매체로 전세계에서 인정을 받는다는 건 우리가 갖는 영광과 또다른 차원으로 의미가 큰 거 같다.
▲ 작품 외적으로는, 최근 둘째도 태어났다. 저에게 육아는 똑같은 것의 반복이다. 아내 (이)민정 씨가 애를 볼 땐 이야기꾼이다. 어쩜 그렇게 좋은 얘길 잘해주는지. 그런데 저는 딱 2개다. '아빠해봐'와 이름 부르기다. 그래서 이민정 씨는 저를 보며 '지겹다'고 한다.
▲ 아들은 초등학생이라 '오징어게임' 시리즈의 캐릭터는 알 거 같다. 아들 반응은 어떤가. 매주 아들의 농구장, 축구장에 같이 가는데, '오징어게임' 나오기 전과 후의 태도가 확실히 달라졌다. 공개 후엔 저에게 매달려 떨어지지 않는다. 뽀뽀도 해주고. 얼굴도 부비고. 평소에도 그랬으면 좋겠는데, 며칠이나 갈까 싶다.사실 제 애들은 제 영화를 한번도 본적도 없다. 작년에 특별전을 열어줘서 일부러 데리고 갔다. 그런데 다 19금인데 '광해' 하나만 아니더라. 그때 또 엄마 손 안잡고 아빠 손 잡더라. 그게 이틀간다. '오징어게임'을 보진 못하지만 굿즈를 좋아한다. 유튜브에서 나오는 장면을 보거나, 학교에서 형들에게 듣거나 하면 질문이 많아 진다. 그런데 다 설명하기도 뭐하고, 애가 들으면 안되는 얘기도 있고. 그런데 어느날 '프론트맨 자리를 뺏긴다며?' 이런 말을 하더라. 그래서 '그런 얘긴 어디서 듣냐'고 물었더니 '형한테 들었는데, 자리를 뺏기고 누가누가 살았다'고 하더라. 그래도 시즌3에 대한 스포일러는 아들에게도 함구한다. 그 아이에게 말하는 순간 전국 초등학생들이 아는 거다.
▲ 이병헌에게 '오징어게임' 시리즈는 어떤 의미일까. '오징어게임'은 현상같다. 너무 신기하다. 할리우드를 겪어보고 경험해도 이런 신기한 경험은 처음이다. 작품 자체가 주는 화제성, 재미, 주제 때문에 전세계적으로 사랑받겠지만, 전반적으로 한국 콘텐츠가 어느정도 올라와서 그 안에서 뚫고 나간거 같다. 저의 긴 필모그라피에 중요한 시점으로 지나가는 작품 같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