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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크리스마스 vs 해피홀리데이스'…美 좌우 가른 연말 인사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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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의 한 카페. 주문을 마친 뒤 점원에게 “메리 크리스마스(Merry Christmas)”라는 인사말을 건네자 “해피 홀리데이스(Happy Holidays)”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점원은 “혹시 방금 내가 한 말이 기분 나빴냐”는 질문에 “개인적으로 기분 나쁘지는 않았지만 정치적으로 올바른 표현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고 답했다.

미국이 올해도 어김없이 연말 인사말을 두고 좌우로 갈리고 있다. ‘메리 크리스마스’라는 표현이 미국의 전통을 반영한다는 보수층의 주장과 비(非)기독교인을 배척하는 표현이라고 주장하는 진보층의 주장이 맞붙으면서다.

‘해피 홀리데이스’는 2000년대 중반부터 미국 전역에서 사용되기 시작했다. 미국 진보진영에서는 크리스마스가 기독교 축일인 만큼, 비슷한 시기에 있는 유대인 축일 ‘하누카’(Hanukkah·12월25일~1월2일), 흑인 축제 ‘콴자’(Kwanzaa·12월 26일~1월 1일)을 포함해 ‘해피 홀리데이스’로 부르자고 주장해왔다. 해피 홀리데이스는 2009년 출범한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부터 미국 전역으로 확대됐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연말 카드에 ‘크리스마스’라는 표현을 일절 쓰지 않았고 백악관의 크리스마스 장식도 생략했다. 그렇다고 민주당 지지층에서만 사용됐던 건 아니었다. 공화당 소속의 조지 부시 전 대통령 역시 2006년 크리스마스 대신 ‘홀리데이’라는 표현을 썼다. 다양성을 포용해야 한다는 논리에서였다.

‘크리스마스 전쟁’이라 불리는 연말 인사말을 둘러싼 좌우 갈등은 그 뒤로도 계속됐다. 그동안은 주로 진보층에서 ‘메리 크리스마스’라는 표현을 쓰는 사람이나 기업을 비판하며 벌어졌다. 2019년 닐 고서치 대법관이 한 방송에 출연해 앵커에게 “메리 크리스마스”라는 인사말을 건넸다가 ‘사퇴하라’는 여론이 불거진 게 대표적이다. 타깃, 스타벅스 등 유통업체들도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를 의식해 일부 보수층 소비자들의 불매운동에도 불구하고 연말 때마다 크리스마스라는 표현을 의도적으로 빼왔다.


다만 올해는 예년과는 양상이 다르다. “모두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말하도록 하겠다”고 공언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대선에서 승리하면서다. 트럼프 당선인은 집권 1기 때부터 “‘해피 홀리데이스’는 미국적 가치를 희석한다”며 ‘메리 크리스마스’ 표현만을 고집했다. 이번 대선 기간에는 상대 후보였던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향해 “해리스는 어느 누구도 ‘메리 크리스마스’라는 말을 하는 걸 원치 않는다”고 공격하기도 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과거 이민자 아동에 대한 보호를 철회하며 명절을 축하하는 위선적 태도를 지적하며 “어떻게 (이런 시기에) 감히 메리 크리스마스라는 표현을 사용할 수 있냐”고 했는데, 해당 발언을 꼬집어 비판한 것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올해도 자신의 SNS에 “메리 크리스마스”라는 표현만을 고집했다. 이날 조 바이든 대통령은 “메리 크리스마스”라는 표현을 올린 뒤 동부시간으로 해가 지며 하누카가 시작되자 바로 “해피 하누카”라는 게시글을 별도로 올린 것과는 상반된다. 일각에서는 이번 대선 결과 일반 국민 사이에서 ‘메리 크리스마스’라는 표현이 판정승을 거둔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실제 여론조사기관 유고브에 따르면 미국에서 크리스마스 전쟁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비율은 올해 23%로 2022년(39%)과 비교해 크게 줄었다. 특히 해당 비율은 공화당 지지충(59→36%)에서 유독 큰 폭으로 감소했다.


트럼프 당선인의 압박에 10년 가까이 ‘해피 홀리데이스’를 내걸었던 기업들도 보수층 ‘눈치 보기’에 나섰다. 유통업체 타깃은 올해 매장 장식에 ‘메리 크리스마스’ 표현을 부활시켰다. 타깃 매장에 메리 크리스마스 표현이 생긴 건 2005년 이후 처음이다.

실리콘밸리=송영찬 특파원 0fu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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