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24조원 규모의 체코 두코바니 원전 수주전에서 프랑스와 미국을 제치고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될 정도로 원전 강국이다. 하지만 원자력 자립에 필수적인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는 1974년 한·미 원자력협정 체결 이후 50년째 허용되지 않고 있다.
25일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한국은 원전 가동을 위해 600~700t의 농축 우라늄을 수입한다. 매해 수입량만큼 사용후 핵연료가 쌓인다. 2023년 기준 누적된 사용후 핵연료 규모는 1만8925t에 달한다.
농축과 재처리는 핵 주권의 핵심 요소다. 농축은 원석 상태인 천연 우라늄을 핵연료로 활용하기 위한 필수 공정이다. ‘우라늄-235’ 농도가 20%보다 낮은 저농축 우라늄은 핵연료로 쓴다. 90% 이상으로 농축도를 높이면 핵폭탄의 원료가 된다.
재처리는 4년 주기로 교체하는 핵연료의 부피를 줄이면서 재활용이 가능한 우라늄과 플루토늄을 추출하는 공정이다. 이를 통해 96%의 사용후 핵연료를 다시 연료로 활용할 수 있다. 재처리를 통해 나온 플루토늄도 핵폭탄 제조에 쓸 수 있다. 이 때문에 미국은 한·미 원자력협정을 통해 한국의 농축·재처리 권한을 통제하고 있다.
2015년 한·미 원자력협정이 개정돼 한국도 원칙적으론 저농축 우라늄을 생산할 수 있다. 하지만 미국과의 협의를 거쳐야 한다는 조건이 달렸다. 사실상 ‘불가능’이라는 게 정부와 원자력업계의 시각이다. 재처리는 아예 불가능하다.
일본은 한국과 다르다. 일본 정부는 1968년 미·일 원자력협정을 맺어 재처리 권한을 얻었다. 1988년 개정에선 플루토늄 전환 및 핵연료 제작 공장 등을 둘 수 있는 권한도 획득했다. 우라늄 농축도 20% 미만은 전면 허용된다. 일본이 보유한 플루토늄은 2020년 말 기준 46t으로, 핵폭탄 6000개를 만들 수 있다. 전문가들은 유사시 일본이 6개월 안에 핵무기를 제조할 수 있다고 평가한다.
전문가들은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계기로 한국 정부도 농축과 재처리 권한을 확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조현동 주미대사는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재처리 권한 확보를 촉구하는 여야 의원들의 질의에 “(미국의) 새 행정부가 출범하면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권리 확보를 위한 외교를 우선순위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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