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히 오프라인 채널에서 판매 중인 보험 상품을 온라인으로 가져오는 것만으론 성공할 수 없다. 디지털에 맞는 상품부터 물꼬를 트는 게 중요하다.”
장영근 카카오페이손해보험 대표(사진)는 최근 경기 성남 판교 본사에서 기자와 만나 “아마존과 이베이가 30년 전 e커머스를 처음 시작할 때 목표로 삼은 건 책과 티켓이었다”며 “디지털에서 판매하기 쉬운 상품부터 저변을 확대해온 것”이라고 강조했다. 디지털 보험사인 카카오페이손보는 2022년 출범 후 해외여행자보험, 휴대폰보험, 운전자보험, 영유아·초·중학생보험 등을 선보였다. 모두 보험료가 저렴하고 만기가 짧은 상품이다. 장 대표는 “과거 e커머스가 그랬듯, 가볍고 단순한 상품으로 시작해 고객의 경험을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복잡한 보험 상품을 소비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직관적으로 구성한 것도 특징이다. 카카오페이손보는 초·중학생보험의 담보를 ‘개구쟁이 패키지’ ‘안전등하교 패키지’ 등으로 단순화했다. 다른 보험사들이 보장 항목을 수십 개로 쪼갠 ‘DIY’(Do It Yourself) 상품을 내놓는 것과 다른 행보다. 장 대표는 “소비자들은 상품이 복잡하면 가입을 포기한다”며 “2~3개 정도의 선택지를 주는 것이 낫다”고 했다.
카카오페이손보가 내놓은 상품은 보험산업에 신선한 ‘메기 효과’를 일으키고 있다. 이 회사가 지난해 6월 내놓은 해외여행자보험의 ‘무사고 환급’ 제도가 대표적이다. 사고가 발생했을 때만 보험금을 받는 기존 상품과 달리 안전하게 귀국한 사용자에게도 납입한 보험료의 10%를 돌려주도록 했다. 무사고 환급제를 앞세운 카카오페이손보는 단숨에 해외여행자보험 점유율 1위에 올랐다. KB손해보험과 캐롯손해보험 등이 무사고 환급제를 벤치마킹하기도 했다.
금융당국의 제도 개선도 끌어냈다. 금융당국은 지난 9월 3차 보험개혁회의를 열고 무사고 환급제를 단체보험에 허용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장 대표는 “소형사의 혁신 시도를 인정해준 당국에 감사하다”며 “해외여행자보험의 성공 사례를 참고해 다른 상품에도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실적도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카카오페이손보의 올해 3분기 매출은 115억원으로 전년 동기(24억원) 대비 5배 가까이 급증했다. 장 대표는 “심도 있고 복잡한 상품도 내놓을 계획”이라며 “기존 시장에 나와 있는 장기 보험 등 상품도 소비자 관점에서 쉽게 풀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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