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사업을 키우려는 대만 폭스콘(훙하이정밀공업)이 중국 본토에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짓기로 했다. 애플의 최대 위탁 협력업체인 폭스콘은 전기차 뿐 아니라 반도체, 로봇 등 수익 사업을 다각화하려는 전략이다.
25일 중국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폭스콘은 최근 대만 증권거래소 공시를 통해 '폭스콘 신에너지 배터리(정저우)'에 6억위안(약 12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이 자금은 중국 허난성 정저우에 배터리 공장을 짓는데 사용될 예정이다. 대만에 설립한 배터리 공장에 이어 두번째 공장이다. 폭스콘은 인도에서도 배터리 공장 설립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폭스콘은 위탁생산 업체인 만큼 전기차 시장에서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 않았지만, 2020년부터 전기차 제조 사업에 야심을 보여왔다. 전기차 플랫폼을 개발해 다른 제조사들의 제품을 만들어주는 전략이다. 2022년 5월엔 미국 전기 픽업트럭 스타트업 로즈타운 모터스의 오하이오 공장을 2억3000만달러에 인수했다. 같은 해 11월에는 사우디아라비아 빈살만 왕세자가 의장으로 있는 사우디 국부펀드(PIF)와 전기차 합작회사 인 ‘시어(Ceer)’도 설립했다.
최근 폭스콘이 닛산 인수 작업을 시작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전기차 시장에 직접 진출할 것이란 전망이 커졌다. 닛산이 혼다와 합병을 공식화하긴 했지만, 폭스콘은 닛산 경영에 참여하는 걸 완전히 포기한 상황은 아니라고 업계에선 보고 있다.
세키 준 폭스콘 전기차부문 최고전략책임자(CSO)은 지난 10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불확실한 경영 환경 속에서 투자와 개발을 신중하게 진행할 것”이라면서도 “내년까지 글로벌 전기차 제조 시장 5%를 확보하겠다”고 밝히기도했다. 그는 르노-닛산-미쓰비시 얼라이언스의 수석부사장(2019년)을 지냈던 인물이다.
폭스콘은 전기차 배터리 사업도 키우고 있다. 작년 4월엔 정저우에 전기차 관련 사업 본부를 만들었고, 올해 10월엔 폭스콘 신에너지 배터리라는 회사를 세웠다. 폭스콘은 10억위안을 투자해 중국 정저우 7만㎡의 부지에 폭스콘 신에너지 배터리 본사를 건설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폭스콘은 TSMC가 반도체 설계업체의 주문을 받아 대신 생산해주는 파운드리 모델을 그대로 도입해 ‘자동차 파운드리’ 기업이 된다는 목표를 세웠다. 최근 자체 전기차 플랫폼 ‘MIH’를 만든 이유가 여기에 있다. 폭스콘이 2016년 인수한 샤프는 MIH 플랫폼 기반 콘셉트카 LDK플러스를 지난 9월 내놓았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