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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자료 참고만"…몰랐다 변명은 통하지 않는다 [광장의 공정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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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로앤비즈의 'Law Street' 칼럼은 기업과 개인에게 실용적인 법률 지식을 제공합니다. 전문 변호사들이 조세, 상속, 노동, 공정거래, M&A, 금융 등 다양한 분야의 법률 이슈를 다루며, 주요 판결 분석도 제공합니다.



최근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하도급 거래에서 기술탈취가 도마 위에 올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중소기업인 수급사업자의 기술을 원사업자가 부당하게 탈취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며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2010년 하도급법에 기술자료보호 조항(하도급법 제12조의3 등)이 시행됐지만, 14년이 지난 지금도 많은 기업이 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발을 헛디디고 있다.

실무를 살펴보면 하도급법상 기술자료보호제도에 대한 오해가 적지 않다. 가장 흔한 착각이 특허 침해와 기술자료 침해를 동일시하는 것이다. "특허만 침해하지 않으면 된다"는 생각은 큰 오산이다. 하도급법이 보호하는 기술자료는 특허보다 범위가 넓다.

하도급법상 보호 대상이 되는 기술자료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① 비밀의 성격을 가져야 하고(비밀성 또는 비공지성), ② 비밀로 관리하는 노력이 있어야 하며(비밀관리성), ③ 제조·수리·시공 또는 용역수행 방법에 관한 자료 또는 그 밖에 영업활동에 유용하고 독립된 경제적 가치가 있는 자료(경제적 유용성)에 해당하여야 하는데, 이러한 요건은 부정경쟁방지법상 영업비밀의 요건과 상당히 유사하다. 다시 말해 비밀성을 갖추고, 비밀로 관리되며, 경제적 가치가 있는 자료라면 모두 보호 대상이다.

게다가 2021년 법 개정으로 비밀관리 요건까지 완화돼 보호 범위는 더욱 확대됐다. 비밀관리성 요건과 관련하여 과거에는 “상당한 노력에 의하여 비밀로 관리될 것”을 요건으로 하였으나, 2018년 법개정으로 “합리적인 노력에 의하여 비밀로 관리될 것”으로 변경되었고, 2021년 법개정으로 ‘합리적 노력’ 요건이 삭제되고, 단순히 ‘비밀로 관리될 것’이라고 규정되는 등 점차 성립요건이 완화됐다.

"기술자료를 참고만 했을 뿐"이라는 변명도 통하지 않는다. 수급사업자의 기술자료를 단순히 참고하거나, 수급사업자의 기술자료를 사용하더라도 수급사업자의 제품과 동일한 제품을 만들지 않으면, 하도급법상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오해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하도급법상 기술자료 유용은 반드시 원사업자나 제3자가 현실적으로 이익을 얻었는지, 수급사업자에게 실제 손해가 발생했는지는 따지지 않는다. 또한, 수급사업자의 기술자료를 참조하여 시행착오를 줄이거나 필요한 실험을 생략하는 경우 등 제품 개발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절약하는 경우도 기술자료 유용에 해당할 수 있다.



수급사업자로부터 정당한 사유로 기술자료를 제공받았다고 안심해서도 안 된다. 원사업자와 수급사업자가 고도의 기술을 요구하거나, 부품이 복잡한 상품을 공동으로 개발하거나, 생산하는 과정에서 원사업자가 수급사업자로부터 승인도, 공정도, 회로도 등 기술자료를 전달받는 경우, 제품에 하자가 발생하여 원인 규정을 위하여 하자와 직접 관련된 기술자료를 요구하는 경우 등에는 기술자료 요구의 정당한 사유가 인정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경우에도 원사업자는 사전에 기술자료의 요구목적, 권리귀속 관계, 대가 등의 사항을 미리 수급사업자와 협의한 후, 그 내용을 적은 서면을 수급사업자에게 주어야 하며, 비밀유지의무 및 목적 외 사용금지, 위반 시 배상 등이 포함된 비밀유지계약을 수급사업자와 체결하여야 한다. 이와 같은 절차를 모르고 간과하여 공정위로부터 제재받는 사례가 많이 발견된다.

제재 수위도 만만치 않다. 공정위는 기술탈취를 중대 위반행위로 보고 고액의 과징금을 부과한다. 민사상 손해배상액은 실제 손해의 3배 이내에서 최대 5배까지로 상향됐다. 게다가 원사업자가 스스로 고의 또는 과실이 없다는 점을 입증(입증책임 전환)해야 하는 부담까지 안게 된다. 자료제출명령제도 도입에 따라 손해의 증명이나 손해액의 산정에 필요한 경우에는 영업비밀에 해당하는 자료도 제출하게 될 수 있으며, 특허에 준하는 손해액 산정기준이 적용된다.

하도급법상 기술보호제도는 '약자 보호'라는 입법 취지에 맞게 매우 엄격하게 설계됐다. 기술 요구 단계부터 활용, 관리에 이르기까지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몰랐다"는 변명이 통하지 않는 만큼, 원사업자들은 관련 규정을 정확히 파악하고 철저히 준수해야 한다. 그것이 상생의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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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진 법무법인(유) 광장 변호사 I 서울고등법원(공정거래, 형사부패·선거, 상사·기업 전담부 등), 서울중앙지방법원 등에서 2003년부터 2023년까지 20년간 고법판사 또는 판사로 재직하며 실무에 정통했다. 특히 담합, 시장지배적지위 남용, 불공정거래행위, 부당지원 및 사익편취, 하도급법 위반, 표시광고법 위반 등 다양한 공정거래 사건 처리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 법무법인 광장 공정거래송무팀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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