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인공지능(AI) 업체 루닛 주가가 주요 주주의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 여파에 휘청이고 있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루닛은 지난 18일 경영진 등 주요 주주의 블록딜이 이뤄진 이후 25.17% 급락했다. 이날 0.80% 오른 6만2700원에 마감해 닷새 만에 반등했지만 단기 낙폭이 회복되지 않고 있다.
루닛 경영진 등은 블록딜로 총 38만334주를 미국 운용사에 넘겼다. 주당 매도 단가는 7만7934원으로 약 300억원에 달하는 규모다. 대출 상환 목적으로 파악된다. 루닛은 지난해 11월 2002억원 규모의 주주 배정 유상증자를 단행했는데, 당시 증자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주식담보 대출을 받은 일부 경영진이 지분을 판 것으로 풀이된다. 연 9.8% 대출 이자율은 지난 8월 중도금 미상환에 따라 14.8%로 치솟아 상환 부담이 커졌다.
블록딜 이후 주가 급락이 이어지자 루닛 주주는 분통을 터뜨렸다. 7월 시행된 내부자거래 사전공시제도를 피하기 위해 꼼수를 부렸다는 지적도 있다. 이 제도는 회사 주요 주주와 경영진이 주식(전체 주식 수의 1% 또는 50억원 이상 거래 시)을 거래할 때 최소 30일 전에 공시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이번 루닛 블록딜은 1인당 매도 금액이 49억9000여만원이다. 사전공시 의무가 발생하는 50억원 기준을 피해갔다.
증권가에선 이번 블록딜과 별개로 루닛의 성장성은 여전히 높다고 본다. 루닛이 AI 바이오마커 플랫폼 ‘루닛스코프’를 활용해 처음으로 글로벌 빅파마 아스트라제네카와 계약을 체결하면서다. 한 스몰캡 애널리스트는 “장기적인 투자 관점에선 이번 블록딜 이슈는 작은 소음에 불과하다”고 했다.
류은혁 기자 ehry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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