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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진경·이정재 오해받았지만…김선화 "잊을 수 없는 작업"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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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구두를 신고 목적을 알 수 없는 움직임을 보인다. 무표정한 얼굴, 검은 머리, 그리고 자유자재로 늘어나는 다리까지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조명가게'에서 초반 가장 섬뜩한 두려움을 안겼던 박혜원 캐릭터는 시청자들에게 충격과 놀라움을 주는 존재였다. 여기에 극의 중반부 이후 드러나는 윤선해 역할과의 관계 역시 반전의 놀라움과 안타까움, 감동과 눈물샘을 자극했다. 올해로 데뷔 32년. 연극부터 시작해 탄탄한 연기력을 자랑하는 김선화는 후배 김민하와 절절한 멜로까지 선보이며 '조명가게'에서 활약하며 다시 한번 존재감을 입증했다.

'조명가게'는 는 어두운 골목 끝을 밝히는 유일한 곳 '조명가게'에 어딘가 수상한 비밀을 가진 손님들이 찾아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지난해 '무빙'을 통해 글로벌 신드롬을 일으킨 강풀 작가의 두 번째 각본 작품이자 배우 김희원의 첫 연출작이라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김선화가 연기한 박혜원은 '조명가게'를 찾는 의문의 손님 중에서도 가장 의뭉스러운 캐릭터다. 칙칙한 외투에 붉은 구두, 비틀대는 걸음걸이까지 기괴함과 스산함, 그러면서도 호기심을 동시에 자극하는 인물로 극 초반 긴장감을 고조시켰다. 김희원 감독도 "원작을 뚫고 나온 싱크로율 배우 1위"라는 극찬을 보냈을 정도다.

김선화는 앞서 tvN '졸업'에서 입시 정보력에 강한 대치동 '열혈맘'을, '미스터 션샤인'에서는 기밀을 빼돌리는 밀정 역으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특히 넷플릭스 오리지널 '더 글로리'에서 약쟁이 딸 사라의 엄마로 등장해 뇌리에 깊이 박히는 활약을 펼쳤다.

인생의 절반 가까이 연기자로 살아온 김선화이지만 "와이어를 타고, CG를 위한 쫄쫄이 의상을 입고 연기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며 "처음 하는 작업이 흥미로웠다"면서 지난 시간을 돌아봤다. 그러면서 "촬영할 때 모니터를 하긴 하지만, 후반 작업으로 어떻게 구현될지 궁금함이 있었다"며 "완성본을 보니 흥미롭고, 재밌었다"고 말했다.

"강풀 작가님께서 '혜원은 조금은 알려지지 않은 사람이었으면 한다'고 하셨더라고요. 미스터리한 인물인 만큼 너무 알려진 사람은 재미없을 거 같다고요. 그러다 보니 제 얼굴이 잘 나오지 않았던 초반엔 홍진경 씨부터 이정재 씨까지 '저 사람 누구냐'라는 반응이 많았어요.(웃음)"

혜원의 기괴한 모습은 사랑하는 선해(김민하 분)를 살리기 위해 몸부림친 흔적이었다. 선해와 혜원은 나이와 성별을 넘어 인간 대 인간으로 교감하고 사랑을 나눴던 사이다. 하지만 세상의 시선이 두려워 선해의 옆에 서지 못했던 혜원이었고, 그런 혜원에게 선해는 답답함을 호소하며 "그럴 거면 내 눈앞에 나타나지도 말라"고 화를 냈다.

김선화는 "퀴어 설정 연기가 처음은 아니었다"며 "'처용 오딧세이'라는 연극을 할 때 경험했었고, 그래서 터부시하는 건 없었다. 사랑은 다 똑같은 거 아니냐"면서 웃어 보였다. 다만 김민하와 이전에는 접점이 없었기에 "어떻게 친해질 수 있을지를 고민했다"고.

"'파친코'로만 봤지, 김민하라는 배우와 사람에 대해 알지 못했어요. 그래서 어떻게 친해져야 할까 생각하다가 유튜브에서 민하 씨가 여행하는 콘텐츠를 보고, 그 코스대로 여행을 다녀봤어요. 민하 씨가 앉아 있던 카페나 식당도 가고, '같이 왔으면 어떤 얘길 했을까' 이런 상상도 해보고요. 촬영 전에 만나 그런 얘길 하니 더 쉽게 얘기가 되더라고요."

김선화가 집중한 건 사람들의 관계에서 나아가 버스 사고라는 '조명가게' 속 가장 큰 사건을 사회적인 이슈와 어떻게 맞물려 표현할 수 있을지였다고 했다. 연기를 하지 않을 땐 그림을 그린다는 김선화는 세월호, 이태원 참사 등에도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이를 모티브로 작품 활동을 해오기도 했다. '조명가게'를 통해 이러한 사회적인 아픔이 된 사건을 자연스럽게 환기하고, 강력한 사랑에 대해 전하고 싶었다는 것.

"사고의 순간, 혜원은 선해를 뒤에서 껴안고 폭탄처럼 뛰쳐나가요. 선해를 살리기 위해 다리로 지탱해 안고 있는 거죠. 그렇게 강인한 여자고, 사랑이 큰 만큼 키도 커지는 거고요. 저는 위대한, 희생적인 사랑에 관심이 많아요. 실제로 팽목항이나 이태원에도 가고, 유족들을 만나기도 했고요. 우리 사회에 있었던 그런 사건들, 그분들의 기운을 갖고 촬영에 임하려고 했어요."

촬영을 마친 김선화는 또다시 그림을 그리는 작업에 집중한다고 했다. '조명가게'를 하면서 작품을 모티브로 한 그림을 그렸다고 보여준 그는 다수의 전시회를 진행하는가 하면, 대한민국 여성 미술대전 한국화 부문 특선, 대한민국 회화대전 특선 등 수상 이력까지 갖고 있다.

여기에 몇 년 전까지 20년간 플라밍고를 하며 창작극까지 무대에 올릴 정도로 '종합예술인'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선택당하는 직업'인 연기자로 활동하면서 "떨어지는 자존감을 끌어올리고, 기다림을 견디기 위해" 배운 춤과 그림이 이제 연기자로서 정체성을 채우는 일부가 된 것.

"요즘은 그림 그리는 언니들이랑 책을 읽고, 책에 대한 이야기를 1시간 정도 나누고 그림을 그리는 모임을 갖고 있어요. 아직 그림은 서툴지만, 춤을 20년 춘 거처럼 이것도 그렇게 오래오래 하고 싶어요."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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