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경영난을 겪는 국내 면세점업계를 지원하기 위해 특허수수료를 절반으로 낮춘다. 과거 면세점이 대규모 이익을 냈을 때 개편된 현재의 특허수수료 체제가 불합리하다는 판단에서다. 두 병으로 묶인 해외 여행자의 주류 반입 제한은 내년부터 폐지된다.
▶본지 12월 3일자 A18면 참조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3일 기자간담회에서 이 같은 내용의 면세점 지원 방안을 공개했다. 최 부총리는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도 면세점 업황이 계속 부진한 상황”이라며 “소비를 촉진하고 면세점업계를 지원하는 차원에서 방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면세점은 정부로부터 ‘특허’를 받아 영업한다. 매출의 일정액을 특허수수료로 낸다. 매출이 많을수록 수수료율은 높아진다. 연매출 1조원이 넘은 곳은 매출의 1%, 2000억~1조원은 0.5% 수준이다. 당초 매출의 0.05%로 획일적으로 매기던 수수료율을 2017년 이처럼 개편했다. 당시 면세점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릴 만큼 이익을 많이 내자 대기업이 운영하는 면세점 이익의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도록 한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수수료율 개편 직후 면세점 업황이 급격히 꺾였다. 2017년 중국의 ‘사드 보복’에 이어 2020년 코로나19 사태까지 발생한 영향이었다. 정부는 부랴부랴 2020년부터 한시적으로 수수료율 50% 감면에 나섰지만 이는 미봉책에 불과했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이 끝난 작년부터 다시 수수료율을 원상 복구했다.
면세점업계는 대규모 적자로 매장 운영조차 어려운 상황에서 올해 기준 약 400억원으로 추산되는 특허수수료를 내는 게 버겁다고 정부에 꾸준히 호소했다. 지난 3분기 롯데가 46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을 비롯해 신라(387억원), 신세계(162억원), 현대(80억원) 등 거의 모든 면세점이 대규모 영업적자를 냈기 때문이다.
이날 최 부총리가 발표한 수수료율 50% 인하 방안은 면세점의 요구를 일부 수용한 것이다. 면세점업계에선 당초 70~80% 감면을 주장했지만 이 수준까진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대해 면세점업계 관계자는 “다소 아쉽지만 지금이라도 정부가 특허수수료 인하에 나선 것을 환영한다”고 했다.
여행자가 휴대 반입하는 주류의 면세 기준 중 하나인 병 수 제한(2병)을 폐지한 것도 면세점업계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여행자는 2L 이하인 동시에 400달러 이하의 주류라면 병 수가 늘어나도 관세 없이 휴대해 입국할 수 있다. 최 부총리는 “소비자의 선택권이 확대되고 국민 편의가 증진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면세점 특허수수료율 인하와 여행자 휴대 주류 면세 기준 완화는 국회의 법 개정 없이 관세법 시행규칙만 개정하면 된다. 기재부 관계자는 “내년 1분기 관련 법령을 개정해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기재부는 지난 18일 ‘제5차 보세판매장 제도운영위원회’를 열고 국내 면세점업계 지원 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이광식/안재광 기자 bume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