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3일 "물가·외환·가계부채 등을 통합적으로 고려해 통화정책을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날 서울시립대에서 열린 한국국제경제학회 동계학술대회에서 '통합적 정책 체계'를 주제로 기조연설 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금리 인상기와 인하기에 모두 조정 시기를 실기했다는 '실기론'에 적극 반박했다.
이 총재는 한국이 물가안정 목표만 보고 통화정책을 펼 수 있는 환경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기축통화국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총재는 "한은이 물가안정 목표에만 주력하지 않고, 환율, 가계부채, 부동산가격 등 물가 이외 변수까지 고려하는 등 좌고우면하면서 금리 인상기와 인하기에 모두 조정 시기를 실기했다는 비판이 있다"며 이에 대해 적극 해명했다.
이 총재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경험한 2010년대 이후 국제통화기금(IMF)와 국제결제은행(BIS) 등 국제기구에선 기축통화를 보유하고 있지 않은 신흥시장국의 경우에는 '인플레이션 타겟팅'을 보완해 통합적 정책체계(IPF)를 채택하는 것이 보다 바람직하다는 견해가 자리 잡고 있다"며 "IMF는 그간 인정하지 않았던 외환시장 개입 등의 효과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지난 2022년 하반기 금융·외환시장 불안과 지난 8월 금리 동결 시기를 이같은 통합적 고려가 적용된 시기라고 설명했다.
2022년 하반기는 인플레이션이 급등하면서 긴축 기조를 강화해야하는 시기였다. 하지만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불안이 커지면서 단기금융시장 불안이 촉발돼 금융불안이 함께 확산했다. 원·달러 환율도 1400원을 넘어서면서 대외 부문의 우려도 커졌다.
이런 상황에서 한은은 물가와 환율 상승에 대응하기 위해 금리를 0.5%포인트 인상(2022년 10월)해 유동성을 흡수하는 동시에 환매조건부증권(RP)매입을 확대하면서 단기금융시장에 자금을 공급했다. 당시 긴축 기조와 RP매입 확대가 상충한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이 총재는 "통합적 정책이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올해 8월 기준금리를 인하하지 않고 동결한 것도 이같은 통합적 접근이 작용한 사례로 이 총재는 소개했다. 물가가 안정화하고, 내수 부진 우려가 커지면서 금리 인하 여건이 마련됐지만 가계부채 폭증 등 금융안정이 위협받으면서 금리를 동결하고, 거시건전성 정책 강화 흐름을 좀 더 지켜봤다는 것이다.
이 총재는 "앞으로도 한은은 인플레이션 타겟팅을 통해 물가안정을 주요 정책목표로 추구하는 동시에 금융안정과 외환시장 변동성 완화를 위해 통합적 정책체계(IPF) 하에서 다양한 정책수단을 활용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