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지역에서 세 아이를 키우는 A씨(48)는 최근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일을 겪었다. 애들과 함께 근처 공원에 놀러 갔다가 발달장애인인 첫 아이(13)를 순간 놓쳐버린 것이다. 너무 놀라 머리가 하얘진 그는 발만 동동 굴렀다. 아직 어린 둘째·셋째를 데리고 무작정 찾아 헤맬 수도 없었다. 그때 큰애가 차고 있는 배회감지기가 떠올랐다. 위치를 조회해 보니 소재지가 집 주변으로 떴다. 곧바로 달려가 아이를 품에 안았다.
22일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보건복지부 경찰청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손잡고 배회감지기 ‘행복GPS’를 무상으로 보급하는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2016년 메모리반도체 기업으로서 업의 특성에 맞는 새로운 사업을 모색하다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치매 노인 실종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 당시 국내 치매환자 70만여 명 중 연간 9000여 명이 실종되는 상황인데도 가격 부담으로 배회감지기 보급률은 3%에도 미치지 못했다.
SK하이닉스는 계열 통신사인 SK텔레콤과 협력해 새로운 배회감지기 개발에 들어갔다. SK텔레콤은 저전력, 장거리 사물인터넷 전용망 로라(LoRa)를 기반으로 초소형·초경량 웨어러블 위치추적기를 개발했다. 단말기 가격과 통신비 부담도 확 낮췄다. 그렇게 행복GPS가 탄생했다.
2017년부터 치매환자를 대상으로 시작한 보급 사업은 2021년 발달장애인까지 확대됐다. 2017년 6000대를 시작으로 매년 3000~5000대씩 보급해 현재까지 누적 3만6521대를 기록했다.
SK하이닉스는 치매환자와 발달장애인에게 행복GPS(통신비 포함)를 2년 동안 무상 지원한다. 공식 지원 기간이 끝나더라도 기기를 반납할 필요는 없다. 이후에는 월 3300원의 통신비만 부담하면 된다. 복지부는 중앙치매센터, 중앙장애아동·발달장애인지원센터 등을 통해 보급 대상자를 선정한다. 경찰청은 실종 사건 발생 시 행복GPS를 활용해 수색·수사에 나선다.
행복GPS는 업그레이드를 거듭해 현재 GPS뿐 아니라 와이파이(WIFI)와 4세대 통신인 LTE 신호까지 수신하며 실내외 구분 없이 정확한 위치 정보를 제공한다. 그 덕분에 실종자 발견 실적도 크게 개선됐다. 2017년 26건에 그친 발견 건수는 지난해 666건으로 급증했고 누적 기준으로는 2000여 건에 달한다. 행복GPS 보급사업을 계기로 실종자 발견 소요 시간이 치매환자는 12시간에서 40분으로, 발달장애인은 76시간에서 1.1시간으로 98% 이상 단축됐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치매 환자와 발달장애인의 실종을 예방하기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호기 기자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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