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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치아 홀리고 돌아온 '한국의 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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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4~11월 이탈리아 베네치아 비엔날레를 장식한 ‘고향의 향기’가 서울로 이어졌다. 한국관에서 열린 ‘구정아-오도라마 시티’ 전시가 서울 동숭동 아르코미술관으로 자리를 옮기면서다. 구정아 작가가 전 세계 600여 명을 대상으로 수집한 ‘한국의 향’에 관한 기억으로 만든 17가지 향기로 구성한 전시다.

베네치아 비엔날레 한국관 전시는 참신함과 난해함 사이에 있었다. 주변 나라들이 앞다퉈 대형 미디어아트와 설치미술로 국가관을 꾸밀 동안, 눈에 보이지 않는 향기로 전시장을 채웠다. 전시 제목의 ‘오도라마’는 향기를 뜻하는 오도(Odor)와 드라마(drama)를 합친 단어다.

낯설게 느껴질 수 있지만, 구 작가의 이력을 살펴보면 그렇지만도 않다. 그는 본인을 ‘어디서나 살고 작업하는 작가’로 소개한다. 전 세계를 활보하며 건축 언어 드로잉 회화 조각 영상 등 분야를 넘나들며 활동하기 때문이다. 향기를 다룬 것도 1996년 대학 재학 시절부터다. 옷장 속 나프탈렌을 주제로 다룬 실험적 전시를 당시 선보였다.

아르코미술관 1층 전시장엔 작가가 수집한 사연들이 현수막에 걸렸다. 1920년대부터 최근까지 세계인들이 한국에 대해 기억하는 냄새가 적혀 있다. 평범한 학생과 직장인부터 탈북민, 해외 동포까지 다양하다. 정원의 살구와 목욕탕 소독약, 퀴퀴하면서도 포근한 할머니의 내복 등 저마다 추억을 기록했다.

전시장 2층은 텅 비어 있던 한국관 전시장을 재현했다. 뫼비우스 띠 형상을 본떠 만든 17개의 나뭇조각이 전시장 천장에 걸렸다. 각 조각에는 조향사 16명이 참여해 만든 향을 입혔다. 칸막이가 없는 만큼 여러 향이 뒤엉킨 것처럼 느껴진다. 작가의 한국관 전시를 공동 기획한 이설희 큐레이터는 “국가와 세대 등 경계를 넘어 퍼지는 향기를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 작가의 전시는 ‘외국인은 어디에나 있다’는 올해 베네치아 비엔날레의 대주제에 맞춰 기획됐다. 어디에나 존재하는 한국계 이방인들의 목소리를, 어디로든 퍼질 수 있는 향기로 재현했다는 게 작가의 설명이다.

굳이 아쉬운 점을 꼽자면 전시장 2층 벽에 칠한 청옥색 페인트 냄새다. 한국관의 실내 모습을 재현하기 위해 미술관이 이번에 새로 칠했다. 특유의 유성 페인트 냄새가 불청객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전시는 내년 3월 23일까지.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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