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국민의힘 한 의원을 '내란 공범'으로 표현한 지역구 현수막의 게시는 허용했지만, 해당 의원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판하는 내용의 현수막 게시는 불가하다고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국혁신당은 지난 11일부터 국민의힘 정연욱 의원 지역구인 부산 수영구에 '내란수괴 윤석열 탄핵 불참 정연욱도 내란공범이다!'라는 문구의 현수막을 게재했다. 이에 정 의원은 '그래도! 이재명은 안 됩니다!'라는 문구의 현수막을 게시하려고 했으나, 선관위로부터 '게재 불가' 방침을 전달받은 사실이 21일 알려졌다.
선관위의 결정은 해당 현수막들이 특정 후보의 당선 또는 낙선을 목적으로 하는 '사전선거운동'에 해당하는지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전선거운동을 제한하는 공직선거법 254조는 평상시에도 적용된다.
선관위 측은 조기 대선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이재명은 안 됩니다'라는 문구는 대선에 입·후보할 것으로 예측되는 이 대표가 '대통령직에 적임자가 아니라는 의미로 인식될 수 있음'을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관위 측은 이런 결정이 일반 국민이 대선 입·후보자로 예상할 수 있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나 오세훈 서울시장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는 입장이다.
반면 정 의원을 '내란 공범'으로 표현한 조국혁신당의 현수막은 총선이 4년 뒤 예정된 점 등을 고려할 때 정 의원의 낙선을 목적으로 한 사전선거운동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 이에 정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현령비현령(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이중잣대 선관위"라고 공개 저격했다.
선관위가 현수막 게첩을 놓고 '이중잣대' 논란에 휩싸인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21년 재·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은 '내로남불', '위선' 문구를 담은 현수막을 제작했으나, 선관위는 이 문구가 민주당을 연상시킨다고 금지했다. 하지만 당시 민주당의 선거 기호인 1번을 연상시켜 논란이 된 TBS의 '#1합시다' 캠페인은 사전선거운동으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선관위 제재를 받지 않으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