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투기과열지구 내 한 아파트가 53억원에 거래됐다. 매수자는 한 부부였다. 정상적으로 공동명의를 이용해 주택을 매수한 것처럼 보였지만, 실상은 외국 국적 부부의 편법증여와 불법대출이었다. 남편은 구입자금 전부를 자신의 회사로부터 불법 차용했고, 부인은 부모에게 편법증여를 받아 아파트를 매수했다. 국토부는 이상거래 사실 국세청에 통보했다.
국토교통부는 외국인 부동산 이상거래 기획조사 결과, 282건의 위법 의심거래를 적발했다고 22일 밝혔다. 부동산 대출 규제를 적용받는 한국인과 달리 외국인은 자국에서 부동산 대출을 받을 때 규제에서 제외된다. 이를 이용한 국내 부동산 투기가 늘어난 데 따른 조치다. 국토부는 이번 조사에서 주택뿐만 아니라 토지와 오피스텔 거래까지 조사 대상을 확대했다.
국토부는 이상 의심 거래 557건에 대한 조사 결과, 282건(50.6%)의 거래에서 433건의 위법 의심행위가 적발됐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으로 해외에서 1만 달러 이상의 현금을 반입하면서 신고하지 않거나 환치기를 통해 자금을 반입한 사례가 77건으로 가장 많았다. 주택거래를 하면서 거래 금액을 속인 경우도 60건이었다.
이밖에도 방문취업 비자 등 임대업을 할 수 없는 비자를 가진 외국인이 허가 없이 임대업을 하는 경우는 15건, 부모나 법인으로부터 부동산 거래대금을 빌리면서 차용증조차 없는 경우도 15건에 달했다. 개인사업자가 기업 운용자금을 목적으로 대출받은 뒤 부동산을 매수한 경우는 7건이었다.
외국인 국적별로는 위법행위 433건 중 중국인이 192건(44.3%)으로 가장 많았다. 뒤를 이어 미국인(100건·14.9%), 호주인(22건·5.4%) 순으로 많았다.
한 외국인은 국내 체류비자도 없는 상황에서 서울 재개발 지역의 단독주택을 44억원에 매수했다. 한국인과 공동매수를 한 것으로 신고했지만, 실상은 부동산 컨설팅 업자였다. 외국인이 컨설팅 업자에게 주택 구입 대금을 현금으로 입금한 정황을 확인한 국토부는 탈세목적의 편법증여가 의심된다며 국세청에 거래 내역을 통보할 예정이다.
국토부는 적발된 위법 의심거래는 위반 사안에 따라 법무부, 금융위원회, 국세청, 관세청, 관할 지자체 등에 통보하여 세금추징 등 후속조치가 이뤄지도록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외국인 투기성 거래에 대한 정확한 시장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지난해 5월부터 외국인 주택 소유통계를 생산하고 있다. 또한, 지난해 10월에는 외국인 부동산 투기가 우려되는 지역은 시
·도지사가 대상자(외국인 등)와 대상용도(주택이 포함된 토지 등)를 정하여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지정할 수 있도록
‘부동산거래신고법
’도 개정했다.
이와 함께 부동산 매수 후 외국인들이 해외로 출국하여 조사 공백이 발생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거래신고 시 국내 ‘위탁관리인’을 지정·신고하도록 의무화하고, 친족 등 특수관계인 간 편법증여 등에 대한 정확한 조사를 위해 건강보험공단이 보유한 외국인 가구구성 관련 자료를 요청할 수 있도록
‘부동산거래신고법
’ 하위법령을 개정하는 등 외국인 부동산 투기 근절을 위한 노력을 계속해 오고 있다.
김규철 국토교통부 주택토지실장은 “이번 조사를 통해 외국인 부동산 위법거래에 대해 엄정 조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라며 “현재 추진 중인 신규택지 후보지 내 이상거래, 기획부동산, 수도권 주택 이상거래 기획조사 등도 차질 없이 진행해 부동산 거래질서를 교란하는 불법·불공정 행위에 대해서도 지속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유오상 기자 osy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