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다수 기업들이 성과보상 제도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23일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기업 1만4550곳 가운데 성과보상 제도를 운영 중인 곳은 지난해 기준 86.3%인 1만2556곳. 이는 전년보다 0.5%포인트 증가한 것이다.
성과급을 지급하는 기업 비중은 67.3%(9786곳), 스톡옵션제도를 도입한 곳은 11.3%(1643곳)로 나타났다.
성과보상 제도 늘자 직장인들 불만도 '폭발'
성과보상 제도가 일반화된 만큼 평가·보상을 향한 불만도 커졌다. 비즈니스 네트워크 서비스 리멤버가 기업 인사 담당자 800명을 조사한 결과 24%(192명)는 '구성원들이 현재 시행 중인 인사 평가 결과를 납득하지 못한다'고 답했다. 192명에게 평가 결과를 납득하지 못하는 이유를 묻자 42%가 '평가자의 주관적 판단이 크게 작용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구성원에게 평가 결과를 자세히 공유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응답은 34%로 뒤를 이었다.
리멤버는 "객관성 부족은 평가자의 주관적 판단이 평가 결과에 지나치게 영향을 미칠 때 발생하고 투명성 부족은 평가 기준과 과정이 구성원들에게 충분히 공유되지 않았을 때 문제가 된다"며 "이러한 납득의 어려움은 평가 결과에 대한 수용도를 저하할 뿐 아니라 조직 내 불만과 동기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인사 평가 결과를 향한 불만은 보상 체계에 대한 성토로 이어졌다.
인사 담당자들이 보상 기준으로 꼽은 1순위는 '성과 목표 달성도'(48%·복수응답)였다. 이어 '회사 전반의 경영 성과' 40%, '회사 내 인사 고과 결과' 36%, '시장 평균 급여 수준' 26% 순이었다.
이 결과를 종합하면 기업들은 내부 성과 관리를 중심으로 보상 수준을 정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성과 목표 달성도·경영 성과가 1~2위를 기록한 점을 보면 조직 목표와 연계된 성과 중심의 차등 보상 체계에 힘을 주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성과 달성' 기준 보상 체계에도 "납득 못한다"
이러한 보상 기준에도 직원들 불만은 높게 나타났다. 전체 응답자 가운데 32%는 구성원들이 평가 결과에 따른 보상을 납득하지 못한다고 털어놨다. 보상 결과를 납득하지 못하는 이유로는 36%가 '기대치나 업계 평균보다 보상이 낮다고 느껴서'라고 설명했다. 보상 기준이 명확히 공개되지 않거나 구성원들이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응답은 21%로 나타났다. 국내 대표 IT 기업 중 하나인 네이버는 한때 성과급 지급기준을 공개하라는 노조 측 요구로 홍역을 앓기도 했다.
19%는 '구성원들이 평가와 보상이 충분히 연계되지 않는다고 느껴서'라고 답했다. '공정성 부족'을 꼽은 응답은 17%로 뒤를 이었다.
'사기 진작' 차원의 격려금도 분란의 씨앗이 될 수 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사업을 맡는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내 모든 사업부에 걸쳐 반도체사업 50주년 격려금 200만원을 지급한다고 밝혔다 노조의 반발을 샀다.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은 지난 20일 한종희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부문장(부회장) 앞으로 "격려금 지급을 받지 못한 DX부문 직원들은 실망감과 박탈감을 느끼고 있다"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
전삼노는 이 공문에서 "올해 고생한 DX부문 직원들에게도 즉시 격려금을 지급할 것을 요구한다"며 "이러한 결정이 되기까지 DX부문 경영진은 어떠한 노력을 했는지 설명 바란다"고 했다.
인사 담당자들 "1대 1 피드백" 등 적극 대응
인사 담당자들도 직원들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저마다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구성원들이 보상 결과를 수용할 수 있도록 '1대 1 면담을 통한 상세 피드백을 제공한다'는 응답자는 41%로 조사됐다. '성과 연계 보상제'를 도입했다는 응답은 19%, '평가 결과·보상 기준에 관한 전사 브리핑'을 진행했다는 응답은 17%로 나타났다. 이 와중에도 21%는 '특별히 없다'는 응답을 내놨다.
한 인사노무 업계 관계자는 "직원들 불만이 가장 많은 사항이 평가와 보상인데 모두를 만족시키는 것이 불가능하기도 해서 기업 입장에선 언제나 리스크를 안고 있는 사안"이라며 "적절한 피드백과 투명한 소통, 공정성을 담보하는 평가 기준을 계속해서 정비해 나가는 것이 현재로선 사실상 유일한 대응"이라고 말했다.
리멤버는 "인사 평가와 보상 체계는 기업과 구성원이 신뢰를 쌓고 조직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루는 중요한 기반"이라며 "공정하고 투명한 체계를 설계하면 구성원의 동기를 높이고 조직 목표와 전략을 실현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장한다"고 강조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