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인더스트리얼솔루션즈 주가가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자회사 한화정밀기계가 특허 소송에 휘말리면서다. 한미반도체는 한화정밀기계의 TC 본더가 특허를 침해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화정밀기계도 법적 대응을 예고하고 있어 사태는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화정밀기계, TC 본더 개발하며 HBM 장비 진출…한미반도체 '제동'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직전 거래일인 20일 한화인더스트리얼솔루션즈는 5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상장 후 처음으로 3만원선을 내줬다. 이날 주가는 전날보다 9.75% 밀린 2만8700원에 마감했다. 지난 9월 27일 재상상 후 거래 첫날 기록한 고점 5만3900원과 비교하면 현재 주가는 46.75% 낮은 수준으로 사실상 반토막 난 셈이다. 외국인의 매도세가 거셌다. 지난주(16~20일) 5거래일 내내 외국인은 한화인더스트리얼솔루션즈를 순매도했다. 순매도 규모는 153억원에 달했다. 기관도 131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같은 기간 개인은 303억원을 순매수하며 물량을 받아냈다.
한화인더스트리얼솔루션즈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서 산업 장비·기술 분야를 인적분할 해 만든 법인이다. 한화비전과 특허 소송에 휘말린 한화정밀기계를 100% 자회사로 둔 중간 지주사다.
9월 말 기준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더 큰 곳은 한화비전(시큐리티 사업)으로 73.5% 수준이다. 한회비전은 북미, 유럽 시장에서 매출이 늘었고, 환율 효과에 힘입어 실적이 개선되고 있다.
하지만 반도체 장비 사업의 불확실성이 주가의 발목을 잡은 모습이다. 3분기 한화정밀기계의 순손실은 37억원으로 집계됐다. 작년엔 443억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작년 말 기준 부채비율도 821.9%에 달했다. 앞서 한화정밀기계는 반도체 후공정 사업 부문은 내년, 반도체 장비(전·후공정 통합) 사업은 2028년께 흑자 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화정밀기계는 본더도 개발하고 있다. 본더는 반도체 칩을 회로 기판에 부착하는 장비다. 고대역폭메모리(HBM)는 수직으로 D램을 쌓아 만들기 때문에 본더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현재 주력 본더는 열압착(TC) 본더다. 한화정밀기계는 이 시장에 진입하려 SK하이닉스와 퀄 테스트(품질 검증)를 진행하고 있다.
이 같은 한화정밀기계의 계획에 TC 본더 글로벌 시장 점유율 1위인 한미반도체가 제동을 걸었다. 한미반도체는 한화정밀기계를 특허 침해 혐의로 제소했다. HBM용 TC본더 특허를 침해했다는 주장이다. 한미반도체는 2017년 업계 최초로 개발한 ‘2모듈·4헤드’ 방식을 한화정밀기계가 무단으로 활용했다고 보고 있다. 헤드는 D램을 접합할 때 쓰이는 일종의 '팔'이다.
한화정밀기계는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한화정밀기계는 30년이 넘는 반도체 장비 관련 기술을 기반으로 자체 개발한 제품을 제조·판매하고 있다"며 "개발 과정에서 선행 기술 조사 과정을 거치고 있어 특허 침해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했다. 이어 "한화정밀기계는 강력한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한미반도체의 부당한 주장은 법원의 절차를 통해 명백히 확인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10월엔 한화정밀기계가 SK하이닉스에 납품한 HBM용 TC본더 테스트 장비가 퀄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다는 소문이 퍼졌다. 당시 한화정밀기계는 "테스트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으며 검증이 끝나는 대로 납품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한화정밀기계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당시 한화인더스트리얼솔루션즈는 하루 만에 6% 급락했고, 한미반도체는 4% 올랐다.
HPSP·예스티 분쟁 사례 보니…"변동성 유의해야"
반도체 장비 회사간 특허 분쟁은 흔히 벌어지는 일이다. 하지만 소송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고, 진행 상황에 따라 주가가 급등락하는 경우가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일례로 지난달 1일 예스티는 하한가까지 추락했다. 반대로 HPSP는 7.64% 올랐다. 특허심판원이 예스티가 HPSP를 상대로 제기한 특허 무효 심판에서 HPSP의 손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예스티가 청구한 3건의 권리범위 확인 심판에 대해서는 모두 각하 심결을 내렸다.HPSP는 고압 수소 어닐링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작년 8월 HPSP는 예스티가 고압수소어닐링 장비에 사용되는 '반도체 기판 처리용 챔버 개폐장치' 특허를 침해했다고 판단해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예스티는 항소를 예고하고 있어 분쟁은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