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세권 입지에 종합병원 가까워
국토교통부와 LH(한국토지주택공사)는 구리갈매역세권에서 실버스테이 시범사업을 할 사업자를 공모한다고 18일 발표했다. 실버스테이는 만 60세 이상 중산층 고령자를 대상으로 20년 이상 장기민간임대주택을 공급하는 사업이다. 미끄럼 방지 바닥, 무단차 바닥 설계, 비상연락장치 및 안전손잡이 설치 등 노인 맞춤형 시설을 갖추고 식사와 생활 지원(청소·세탁 등), 응급안전(안부 확인 등)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특징이다.
초기 임대료는 노인복지주택 등 유사시설 시세의 95% 이하 수준으로 책정된다. 계약 갱신 때 5% 증액 제한이 적용된다. 무주택자한테 우선 공급한다. 첫 시범사업 지역으론 구리갈매역세권 B2블록이 선정됐다. 총 3만4593㎡ 부지에 공동주택 725가구(전용면적 60~85㎡)를 조성할 예정이다. 단지 전체를 실버스테이로 채워도 되고, 실버스테이(최소 300가구 이상)와 공공지원 민간임대를 혼합한 방식으로 공급할 수도 있다.
이 지구는 경춘선 갈매역과 도보로 5분 거리에 있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B노선이 들어설 예정인 별내역과도 인접해 있다. 신내IC와 갈매IC 등도 가까워 서울 및 수도권 접근성이 좋다. 또 3㎞ 거리에 원자력병원과 서울의료원 등 종합병원이 있다. 체육시설과 문화시설 인프라도 풍부하다.
국토부 관계자는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은 내년 4월께 이뤄질 예정”이라며 “이후 주택사업 승인과 기금 출자, 리츠 설립 등 과정을 감안하면 이르면 2027년 착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사업자한테는 주택도시기금(HUG)의 출자 및 융자, 취득·재산세 감면과 종합부동산세 합산 배제 등 혜택이 주어진다. 감정가보다 저렴하게 택지를 공급받을 수도 있다.
○내년 1500가구 추가 공급
국토부는 내년에도 실버스테이 1500가구 이상에 대한 사업자 공모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공공택지뿐 아니라 민간이 보유한 부지를 대상으로 민간제안 공모도 추진한다. 수도권과 지방 등을 가리지 않고 민간의 제안 등을 반영해 사업을 이어갈 방침이다. 개발업계 한 관계자는 “기존 실버주택은 월 비용이 수백만원 하는 초고가 시설과 저소득층을 타깃으로 한 고령자복지주택으로 양분돼 있다”며 “실버스테이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중산층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정부와 민간은 실버스테이 외에도 다양한 고령자 주택 공급 사업을 벌이고 있다. 내년이면 한국은 만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전체의 20%를 웃도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는데 ‘노인을 위한 주택’은 턱없이 부족하다. 국토부는 경기 화성 동탄2신도시에 3000가구의 실버주택을 공급하는 ‘헬스케어 리츠’ 사업을 시행 중이다. 2030년까지 10곳 이상에서 헬스케어 리츠 공모를 할 계획이다.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도 세종시에 시니어타운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민간에서 짓는 실버주택으로는 경기 의왕 ‘백운호수 푸르지오 숲속의아침’이 있다. 엠디엠그룹이 선보이는 국내 첫 세대공존형 단지다. 한미글로벌D&I는 서울 송파 위례신도시에 ‘위례심포니아’를 공급하고 있다. 롯데건설이 내년 9월 서울 마곡지구에서 준공할 예정인 ‘VL르웨스트’도 관심을 모은다. 하지만 업계에선 실버주택 공급을 더 늘리기 위해서는 규제 완화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끊임없이 지적한다. 건설사 입장에선 자금이 오래 묶이는 임대형보다 분양형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최근 전국 89개 인구 감소 지역만 ‘분양형 실버타운’을 허용하기로 했다. 요즘 ‘액티브 시니어’는 수도권에서 계속 거주하고 싶어 하는 경향이 강해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