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무부는 17일(현지시간) 대만 반도체 회사 글로벌웨이퍼스에 4억600만달러(약 5800억원) 규모의 정부 보조금 지급을 확정했다고 발표했다. 반도체 및 과학법(칩스법)에 따라 지급하는 이 보조금은 글로벌웨이퍼스가 미국 텍사스와 미주리에 공장을 짓는 비용 일부를 지원하는 것이다. 지난 7월 체결된 협약에 따른 후속 조치다.
글로벌웨이퍼스는 텍사스 공장에서 첨단 반도체용 300㎜ 웨이퍼를 미국에서 최초로 생산할 예정이다. 미주리 공장에서는 국방 및 항공우주 분야에서 사용되는 실리콘 온 인슐레이터(SOI) 웨이퍼를 제작하기로 했다. 또 웨이퍼 생산시설 일부를 전기차 및 청정에너지 인프라 구축에 사용되는 고전압용 웨이퍼(실리콘 카바이드 에피택시 웨이퍼)로 바꿀 계획이다. 300㎜ 웨이퍼 시장은 일본 신에츠화학, 섬코, 대만 글로벌웨이퍼스, 한국 SK실트론, 독일 실트로닉, 핀란드 오크메틱 등이 과점하고 있으며, 향후 성장성이 높은 분야로 손꼽힌다.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은 “미국에서 생산되는 반도체 웨이퍼는 세계를 혁신하고 경쟁 우위를 선점하는 첨단 칩의 기초가 될 것”이라며 “우리의 공급망을 강화하고, 국가 및 경제 안보를 보호하며 텍사스와 미주리 지역에 약 2000개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도리스 슈 글로벌웨이퍼스 최고경영자(CEO)는 “미국에서 첨단 웨이퍼 시설을 짓고 있는 유일한 글로벌 제조업체”라며 “이번 투자를 통해 앞으로 수십 년 동안 미국 기반의 반도체 고객과 함께 혁신을 이어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미국 상무부는 칩스법에 따라 지급 가능한 527억달러 보조금 지급을 서두르고 있다. 현재 신청한 기업 가운데 인텔 마이크론 TSMC 글로벌파운드리 등 대부분에 보조금 지급이 확정됐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아직 미확정 상태다. 삼성전자는 440억달러를 투자해 64억달러의 보조금을, SK하이닉스는 38억7000만달러를 투자해 4억5000만달러를 받기로 돼 있다.
이와 관련해 워싱턴DC의 한 산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세부 조항을 두고 조율 중인 것으로 알고 있고, SK하이닉스는 신청 시기가 늦어 상대적으로 진행이 더딜 뿐 도널드 트럼프 정부 출범 전에 확정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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