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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만에 최고치 찍은 원·달러 환율…내년엔 진정된다" [2025 재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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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다사다난했던 2024년 갑진년(甲辰年)이 저물어가면서 여의도 증권가에서는 2025년 을사년(乙巳年) 재테크 전망을 점치기 바쁩니다. 내수 부진 속 맞닥뜨린 탄핵 정국, 고환율 등 악재와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전쟁 등 불확실성 요인이 도사리고 있는 시점입니다. 한경닷컴은 다양한 업종의 주식과 채권, 원자재 등 전문가에게 새해 투자전략을 물었습니다.


"지금 원·달러 환율에는 정치적 혼란·트럼프 2기 행정부 정책 불확실성이 모두 반영돼 있습니다. 불확실성이 해소되면 내년에는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 중반까지 내려올 수 있습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사진)은 18일 한경닷컴과의 인터뷰에서 새해 환율 전망에 대해 이 같이 말했다. 11월 한국은행의 깜짝 금리인하를 정확히 예측하며 시장의 주목을 받은 정 위원은 국내 정치 혼란, 트럼프 재집권에 대한 금융시장의 불안감이 환율에 과하게 반영됐다고 진단했다. 따라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불확실성이 축소되면 환율은 안정적인 흐름을 보일 것이란 분석이다.
"트럼프 재집권 후 정책 구체화하면 불확실성 해소"
원·달러 환율은 비상계엄 선포와 탄핵 정국 전환으로 1430원대에 머무르고 있다. 17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오후 3시30분 기준)은 전 거래일보다 3원90전 상승(원화 가치는 하락)한 1438원90전으로 주간 거래를 마쳤다. 원·달러 환율은 레고랜드 사태로 금융시장이 불안하던 2022년 10월 24일 달러당 1439원70전을 기록한 후 2년1개월여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정 위원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 관련 불확실성이 많이 반영돼 환율이 1400원을 웃도는 것으로 보인다"며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인선이 완료되고 관련 정책이 구체적으로 발표되면 불확실성이 해소돼 환율은 안정권에 진입할 전망"이라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의 취임식은 내년 1월 20일이다.

비상계엄 사태가 불러온 혼란의 영향은 단기에 그칠 것으로 봤다. 정 연구원은 "정치적 불확실성은 한국 경제 및 금융환경에 분명한 악재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며 단기적인 불확실성은 제거된 것으로 보인다"며 "당분간 환율이 급격하게 오를 가능성은 낮아졌고, 변동성은 줄어들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또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어 환율이 위로(강달러) 튈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국가 신용도의 위험 수준을 보여주는 CDS는 국제금융시장에서 국가의 대외 신인도를 측정할 수 있는 대표적인 지표다. CDS 프리미엄이 높을수록 채권을 발행한 국가나 기관의 신용위험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 위원은 "뉴스가 주는 충격이나 환율 변동폭과 비교할 때, CDS 프리미엄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현재 CDS 프리미엄은 2022년 9월 레고랜드 사태 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낮고, 올해 상반기 수준도 밑돌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5년물 외국환평형기금채권 CDS 프리미엄은 30bp(1bp=0.01%포인트)대에 머무르고 있다.
"팬데믹 후 환율, 1300원서 위아래 80원 폭으로 움직여"
다만 불확실성이 옅어지더라도 예전처럼 환율이 1200원대까지 낮아지긴 어렵다고 봤다. 미국에 비해 국내 경제 기초체력이 부실하기 때문이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올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5%에서 2.2%로 낮췄다. 내년 전망치도 2.3%에서 2%로 하향 조정했다. 현대경제연구원도 내년 한국 GDP 증가율 전망치를 기존 2.2%에서 1.7%로 내렸다.

정 위원은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이전에는 원·달러 환율이 1100원을 중심으로 위아래 50원 내에서 움직이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팬데믹 이후 기준점은 1300원으로, 이동범위는 80원대로 변했다"며 "내년은 교역 환경이 악화할 것으로 전망돼 환율은 계속 1300원대에서 움직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 계절성을 고려했을 때, 내년 4월 환율이 연고점(강달러)을 찍을 것으로 봤다. 정 위원은 "국내 기업 대부분은 12월 결산 법인이기 때문에 4분기 수출 결산 수요 때문에 원화가 강세를 보이는 경향이 있다. 올해는 트럼프 재집권으로 이 효과가 희석된 상황"이라며 "반대로 매년 3~5월 국내서 배당을 받은 외국인이 외환을 유출해 원화가 약세를 보이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격차는 점차 줄어들 것으로 봤다. 미국이 금리를 더 빨리 내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지난 9월 미국 중앙은행은 점도표를 통해 내년 네 차례 기준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고 했다. 정 위원은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제롬 파월 미 중앙은행(Fed) 의장이 '매파(통화 긴축 선호)적' 기조를 밝힐지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 위원은 트럼프 당선인이 외환시장에 개입해 달러 가치를 떨어뜨릴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그는 "트럼프 당선인은 무역수지 개선을 위해 약달러를 원하지만 달러 패권도 유지하고 싶은 사람"이라며 "임기 중 중국과 일종의 '플라자 합의'를 맺어 환율을 인위적으로 조정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미국은 1985년 플라자 합의, 2003년 두바이 주요 7개국(G7) 합의를 통해 달러화 가치를 인위적으로 낮추고, 다른 통화의 가치를 높였다. 이번엔 미국과 중국이 합의를 맺어 '약달러·강위안'을 유도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정 위원은 "기축 통화 강세는 글로벌 경제의 긴축을 의미한다"며 "약달러는 글로벌 긴축 완화를 의미해 국내 금융시장엔 호재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KTB투자증권과 IBK투자증권 리서치 본부장을 역임한 정 위원은 1991년 신한금융투자에 입사하며 증권가에 발을 들였다. 삼성자산운용, 유진투자증권, KTB투자증권을 거치며 올해로 33년째 정통 이코노미스트의 길을 걷고 있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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