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잠시 떨어져 있겠지만 사실상 하나입니다. (통합을 위한) 변화 속도는 생각보다 빠를 것입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사진)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 절차를 마친 뒤 내놓은 첫 메시지로 ‘속도’를 꺼내 들었다. ‘2년 내 통합 완료’라는 목표는 단순한 물리적 통합뿐 아니라 화학적 통합을 더해 명실상부한 ‘원팀’으로 재탄생시키겠다는 의미다.
조 회장은 16일 한진그룹과 아시아나항공 계열 11개사 임직원들에게 보낸 담화문에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이제 한진그룹이란 지붕 아래 진정한 한 가족이 됐다”며 이같이 적었다. 조 회장이 인수 절차를 마무리한 지난 12일 이후 공식 입장을 낸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합병 작업이 끝나면 통합 대한항공은 국내에 하나뿐인 대형항공사(FSC)이자 ‘메가캐리어’(초대형 항공사)로 재탄생한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을 약 2년간 자회사로 운영하다 합칠 예정이다. 조 회장은 “통합 항공사 출범까지 남은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며 “신속한 의사결정과 판단으로 불확실성을 줄여 나가는 데 주력할 계획”이라고 했다.
두 항공사의 통합 작업은 착착 진행되고 있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뛰어든 지 4년이 지난 만큼 충분한 시간을 두고 준비한 덕분이다. 대한항공은 이미 아시아나항공과의 중복 노선을 정리하고, 중복 인력을 재배치하기 위해 주요 임원을 아시아나항공에 파견했다. 이 중 일부는 통합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는 작업에 투입됐다.
조 회장은 통합 대한항공이 대한민국 항공산업의 위상을 끌어올릴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세계 유수의 항공사들과 당당히 경쟁하면서 대한민국 항공업의 위상을 전 세계에 뿌리내린다는 당찬 포부를 갖고 있다”며 “여러분의 전문성과 노하우, 최고 수준의 능력을 믿기에 걱정하지 않는다. 여러분은 대한민국 항공사를 바꾼 개척자로 기억될 것”이라고 했다. 조 회장은 “저부터 솔선수범하겠다”며 “여러분이 각자의 자리에서 최고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든든한 조력자가 되겠다”고 덧붙였다.
통합 과정에서 불거질 수 있는 일부 불협화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조 회장은 “두 항공사가 달리 살아온 시간이 긴 만큼 서로 맞춰 가기 위해 함께 노력하고 극복하는 과정이 필요할 것”이라며 “다른 이들의 장점도, 때론 호된 질책도 겸허히 받아들일 용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나가 되는 과정에서 각 사의 좋은 점은 살리고, 상대적으로 뒤처진 부문은 과감히 떨어내자는 의미다.
업계에선 조 회장이 이날 담화문을 낸 것에 대해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의 동요를 막기 위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통합 후 “인위적 인력 구조조정은 없다”고 약속했지만, 일부 중복 인력 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란 이유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조 회장이 지난 13일 아시아나항공 정비·운항·여객 서비스 부서를 비공식 방문해 직원들과 소통한 것도 고용불안을 달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