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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發 '석유시추 특수'…세아제강·롯데정밀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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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아제강지주의 전략담당 부서는 거의 매일 미국 내 오일과 가스 시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 직후부터다. 트럼프 1기 정부(2017~2020년)가 출범하기 직전인 2016년 인수한 미국 텍사스 철강공장에서 시추용 강관을 얼마나 생산할 수 있는지를 집중 점검하고 있다. 세아제강지주 관계자는 “미국 정책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면서 한국, 미국, 베트남 등 생산 거점별 전략을 구상하는 데 공들이고 있다”며 “시추관은 송유관보다 가격이 20%가량 비싼 데다 소모품이라 교체 수요까지 노릴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석유,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 생산을 확대하겠다고 공언하면서 세아제강, 롯데정밀화학 등이 대표적 수혜주로 부상하고 있다. 각각 철강과 석유화학 시황 악화로 실적이 꺾인 이들 기업에 새로운 기회가 생기는 셈이다.

16일 미국 에너지 서비스기업 베이커휴즈에 따르면 최근 미국에서 석유와 천연가스를 시추하는 장비 수는 연초(621개)보다 줄어든 589개로 집계됐다. 미국 시추 장비는 올 들어 580~620개 박스권에 갇혀 있다. 매주 채굴 장비를 집계하는 베이커휴즈리그카운트는 미국 석유·천연가스 생산 현황을 알려주는 대표적인 지표다.

트럼프 행정부가 내년 1월 출범하면 시추 장비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트럼프 1기 때만 해도 2017년 1월 665개이던 시추 장비가 2018년 924개, 2019년 1075개로 크게 증가했다. 이런 기조에 발맞춰 ‘석유 공룡’인 엑슨모빌은 하루 460만 배럴인 현재 석유 생산량을 2030년 17% 늘리겠다고 최근 밝혔다.

시추 장비가 늘어나면 관련 기자재 수요도 자연스레 증가한다. 시추·송유용 강관을 생산하는 세아제강은 국내 철강사 중 유일하게 현지에 강관 생산 거점(연 25만t)을 보유하고 있다. 시추관은 고온, 고압을 견뎌야 하는 만큼 안정성이 중요하다. 세아제강 관계자는 “한 번 사고가 나면 심각한 유출 사고로 이어지기 때문에 용접 품질이 좋은 한국 제품에 수요가 몰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아제강지주의 현재 미국 시추관 점유율은 10%가량이다. 한때 셰일오일·가스 열풍이 사그라들자 기자재 업체 상당수가 문을 닫아 시장이 다시 열리면 세아제강이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당선인이 수입재에 대한 관세를 늘릴수록 세아제강엔 이득이다.

롯데정밀화학은 미국에 스페셜티(고부가가치 소재)인 헤셀로스(HEC)를 수출하기 위한 전략을 짜느라 분주하다. 석유를 시추하기 위해 땅을 뚫으면 자갈, 흙 등을 지상으로 뽑아 올려야 하는데, 이때 필요한 게 헤셀로스다. 물에 점성을 부여해 젤리처럼 만들어야 이물질을 끌어올릴 수 있다. 헤셀로스는 시추용 시멘트를 제조할 때도 첨가된다.

목재, 면화에서 얻은 펄프를 원료로 하는 셀룰로오스 에테르계 제품인 헤셀로스는 제조에 고난도 기술이 필요하다. 이를 제조하는 기업은 미국 애시랜드, 일본 신에쓰, 한국 롯데정밀화학 등 세 곳에 불과하다. 롯데정밀화학은 중동 석유 기업을 대상으로 헤셀로스를 주로 판매해왔다. 회사 관계자는 “미국 에너지 기업과 꾸준히 미팅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형규/김우섭 기자 k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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