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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바겐세일인데…"국장에 치가 떨려" 집 나간 개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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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상장사들의 실적 대비 주식 가치가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 낮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산업 경쟁력 약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자국 우선주의 정책 추진 우려 등 대내외 악재가 겹친 가운데 최근 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까지 불거져 한국 증시가 전례 없는 저평가에 시달린다는 분석이 나온다.

15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탄핵 정국에 따른 혼란이 정점이던 지난 9일 기준 코스피지수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7.7배를 기록했다. 2008년 금융위기(7.8배) 때보다 낮은 사상 최저 수준이다. 최근 10년간 코스피지수의 평균 12개월 선행 PER은 약 10배였다. 9일 이후 코스피지수는 소폭 회복했지만 여전히 ‘역사상 가장 싼 수준’을 맴돌고 있다.

국내 상장사들의 주가는 비슷한 실적을 내는 외국 기업들과 비교해 절반에도 못 미친다. 미국과 인도의 PER은 20배가 훌쩍 넘고 대만 자취안지수는 16.7배,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15.3배다.

14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는 등 정치적 불확실성이 빠르게 해소되는 점은 주식시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하지만 ‘역대급 할인 중’이라는 점 외에는 마땅한 동력이 없다 보니 반등에 한계가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건규 르네상스자산운용 대표는 “탄핵 가결로 정국 불안이 어느 정도 해소된 점은 다행이지만 미국 증시와 암호화폐 시장으로 떠난 투자자들을 당장 되돌아오게 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정치에 휘둘린 증시, 한 고비 넘겼지만 …코스피 PER 7.7배 '역대 최저'
일본·대만 PER의 절반도 안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되자 그동안의 침체로 ‘역대급 저평가’ 상황에 놓인 국내 증시가 반등을 모색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전문가들은 일단 불확실성을 벗어난 점에서 증시에 단기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무너진 외국인 투자자의 신뢰가 회복되고 국내 수급이 정상화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진단했다.
○일본·대만의 절반 이하로 떨어져
증권가는 윤 대통령 탄핵 가결을 호재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첫 탄핵 시도가 불발된 직후인 지난 9일 코스피지수는 2.78%, 코스닥지수는 5.19% 급락했다. 하지만 다음날부터 탄핵이 불가피하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안정세를 찾았다. 14일 탄핵소추안 가결로 이 같은 흐름은 더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코스피지수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역사적 저점인 7.7배 수준으로 떨어진 점도 이 같은 전망을 뒷받침한다. 지난 10년 동안 코스피지수의 12개월 선행 PER은 평균 10배 수준이었다. 9배 밑으로 떨어진 건 2008년 금융위기(7.8배), 2018년 미·중 무역분쟁(8.5배), 2020년 코로나19 확산(7.9배) 세 번뿐이다.

국내 증시의 저평가 수준은 다른 국가와 비교하면 더 뚜렷해진다. 지난달 5일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선 승리를 확정한 이후 코스피지수는 3.20% 떨어졌다. 같은 기간 S&P500지수는 4.64% 상승했다. 일본(2.59%), 중국(0.14%), 대만(-0.37%) 등 주변국 증시와 견줘도 유독 한국 증시의 낙폭이 컸다. 그 결과 한국 증시의 PER은 대만(16.7배), 일본(15.3배)의 절반 이하로 추락한 상황이다.

강대권 라이프자산운용 대표는 “정치적 혼란이 계속되고 있지만 내년 국내 상장사의 주당순이익(EPS) 증가율 예상치는 22%로 주요국 증시 중 가장 높다”며 “정치적 불확실성이 걷히면 저평가 매력이 부각될 것”이라고 했다.
○밸류업 동력 약화 우려도
하지만 당장 ‘싸다’는 것 외에 마땅한 동력이 없는 게 한계다. 특히 무너진 수급 균형을 회복하는 게 숙제다. 3일 이후 개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478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같은 기간 외국인(1조3234억원)보다 더 많이 팔았다.

서울 강남의 한 프라이빗뱅커(PB)는 “이번 계엄과 탄핵 사태로 국장에 환멸을 느끼고 미국 증시로 자산을 이전한 고객이 많다”며 “달러 강세와 미국 증시 고공 행진이 이어지고 있어 이 같은 흐름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 밸류업(가치제고) 프로그램을 비롯해 정부가 추진 중인 각종 자본시장 정책의 동력이 꺾일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밸류업이 윤 정부의 역점 사업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시장에서 밸류업 정책 자체에 대한 기대가 사그라들 가능성이 크다”며 “야당이 추진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법 개정안과 기업 규제 법안들도 증시에 악재로 등장할 우려가 있다”고 했다.

반도체 배터리 자동차 철강 등 대형주 가운데 뚜렷한 주도주가 보이지 않는 것도 부담이다. 특히 과거 위기 때마다 증시 반등을 앞장서서 이끌던 삼성전자의 부진이 깊어지고 있는 점이 뼈아프다.

증권사들은 삼성전자의 4분기 영업이익이 8조원 정도에 그쳐 어닝 쇼크 수준이던 3분기(9조1000억원)에도 못 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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