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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정국에 연기금 '몸사리기'…프로젝트 투자 올스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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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12월 13일 15:26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비상계엄 여파로 탄핵 정국으로 이어지면서 인수합병(M&A) 업계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 연말 연초 거래 종결이 예정돼 있던 투자 건들이 속속 중단되고 있다. 사모펀드(PEF)의 자금줄인 주요 공제회와 연기금이 몸을 사리면서다. 윤석열 정권 들어 '친윤 인사'들이 이사장직을 맡고 있는만큼 '계엄 사태' 이후 자금 집행 의사결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블라인드 펀드를 갖고 있지 않아 프로젝트 출자에만 의존해야 하는 중소·신생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은 고사 위기로 몰리고 있다. PE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내년엔 더 심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어렵게 잡은 LP인데 "무기한 연기"
17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법인 등기를 마치고 연초 목표로 PEF 설립을 추진 중이던 A운용사의 펀드 결성이 잠정 중단됐다. 앵커 출자자(LP)를 서기로 했던 한 대형 기관이 정국 혼란을 우려하고 일정을 무기한 연기한 탓이다. A운용사 대표는 "어렵게 잡은 앵커 출자자가 이탈 조짐을 보이면서 딜 클로징(거래 종결)을 확신하기가 어려워졌다"고 하소연했다.

B운용사는 공들여 준비하던 랜드마크 딜이 깨질까봐 노심초사하고 있다. 내년 초 인수자금을 대기로 했던 기관 중 한곳이 일정 연기를 통보하면서다. B운용사 대표는 "다른 투자자도 동요할 수 있어 빨리 이 사태가 해결되기만을 바랄 뿐"이라며 "블라인드 펀드가 없다는 게 어느 때보다 안타깝다"고 말했다.

C운용사 대표는 "자문 중이었던 6건의 M&A가 일주일 만에 모두 중단됐다"며 "일찌감치 국내 기관 출자자를 포기하고 해외로 눈을 돌린 곳들은 그나마 아직 여파가 미치지 않았다"고 전했다.
용산 영향 받는 큰손들 '눈치'
국내 M&A 시장은 블라인드펀드를 거느린 몇몇 대형 PEF를 제외하곤 대부분 프로젝트펀드 중심으로 돌아간다. 좋은 투자 프로젝트를 발굴해 큰손 투자자인 연기금과 공제회에 가서 투자금을 받는 식이다.

비상계엄 이후 탄핵 정국이 벌어지자 큰손 투자자들이 갑자기 지갑을 닫았다. 정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투자 건을 진행해도 되는지 의문이 생긴 데다 이사장 상당수가 친윤 인사다 보니 탄핵 정국에서 눈치를 보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연기금 관계자는 "윤 대통령의 측근이거나 여당 핵심 인사와 친밀한 사람들이 대거 수장으로 선임이 됐는데, 윤 대통령의 거취에 따라 이들도 힘을 잃거나 교체될 가능성이 있어 투자에 신경쓸 겨를이 없다"고 전했다.

작년 1월 취임한 정재관 군인공제회 이사장은 김용현 국방장관의 육군사관학교 동기다. 윤석열 정권의 청와대 이전 태스크포스(TF)에 몸담기도 했다. 통상 군인공제회 이사장직은 예비역 소장과 중장급이 맡아왔는데 예비역 준장이 임명된 건 정 이사장이 최초였다.

작년 12월 취임한 정갑윤 한국교직원공제회 이사장은 울산 중구 5선 의원과 국회 부의장을 지낸 인물로, 윤석열 대통령의 정치 멘토로도 잘 알려져 있다. 3년 전 출판기념회에서 당시 국민의힘 대선후보였던 윤 대통령이 "저에겐 각별한 분"이라며 전화 축사를 해 깊은 관계를 드러내기도 했다.

지난해 6월부터 임기를 시작한 송하중 사학연금 이사장은 지난 대선 때 윤석열 대통령의 캠프에서 정책고문으로 활동했다. 김상인 건설근로자공제회 이사장은 윤 대통령 취임준비위원회외에서 전문위원으로 활동했다. 2022년 11월부터 임기를 시작했다.

행정안전부의 관할을 받는 MG새마을금고는 이상민 행안부 장관이 비상계엄 사태로 사의를 표명하면서 내부가 뒤숭숭하다. 이 장관은 윤 대통령의 충암고 4년 후배로 대선 캠프 때부터 윤 대통령을 측근에서 보좌했다.
프로젝트 의존하는 중소·신생 PE 타격
예정돼 있는 공모 출자 사업이 아니라면 당분간은 개별 건에 투자하는 프로젝트 자금 집행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앵커 LP가 주춤하면서 캐피탈사나 보험사 등 다른 LP들의 투자 결정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선 대규모 블라인드 펀드를 보유한 대형 PE들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보유한 자금만으로 수조원 투자를 집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블라인드 펀드가 없어 프로젝트 출자에 의존해야 했던 중소·신생 PE들은 타격이 크다.

내년 상반기 프로젝트 집행이 재개되면 밀렸던 수요가 폭발하면서 경쟁 강도도 한층 높아질 것이란 관측도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PEF 투자 규모는 2022년 37조원에서 작년 32조원으로 줄었다. LP들은 출자를 꺼리고 PE들은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진행되던 딜도 미뤄지고 있는 만큼 추후 혼란이 잡혔을 때 출자 수요가 한꺼번에 몰릴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IB업계 관계자는 "정치권 방향이 잡혀야 투자도 출자도 윤곽이 잡힐 것 같다"며 "올해 심했던 PE들의 자금조달 빈익빈 부익부가 내년엔 더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망했다.

하지은 기자 hazz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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