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혁명은 아직 시작도 안 했다. 진짜 혁명은 앞으로 5~10년에 걸쳐 일어날 것이다.”
미국 증시를 이끄는 빅테크 중 하나인 메타의 수석과학자 얀 르쿤 뉴욕대 교수(사진)가 11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연 ‘K-사이언스 테크놀로지 글로벌 포럼’ 기조연설에서 이렇게 밝혔다. 르쿤 교수는 올해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제프리 힌턴, 요슈아 벤지오, 앤드루 응과 함께 세계 AI 4대 석학으로 불린다.
르쿤 교수는 현재 AI 시장을 지배하는 대규모언어모델(LLM)을 평가절하했다. 자사의 LLM인 라마도 예외로 두지 않았다. 그는 “(오픈AI의) 챗GPT나 라마, (구글의) 제미나이 등은 인간이 사는 환경의 복잡성을 이해하지 못한다”며 “정보를 인풋(주입)하고 끝낼 게 아니라 최적화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여기서 최적화를 담당하는 기술이 최근 AI업계의 화두로 떠오른 ‘AI 에이전트’다.
르쿤 교수는 “추론하고 계획을 세우면서 인간의 통제에 순응하는 AI 모델인 AMI(고급 기계 지능)를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AMI의 예로 메타가 개발 중인 ODA(목표 지향 AI)를 소개했다. ODA는 아기가 기어 다니거나 걸음마를 배우는 것처럼 물리적 세상과 상호작용하며 학습하는 AI를 말한다. 어떤 행동을 취한 뒤 이로 인해 주변 환경이 어떻게 바뀔지 추론하고, 이를 토대로 다음 행동을 선택한다. 아마존, 테슬라 등이 개발 중인 로봇 전용 대규모행동모델(LBM)과 비슷한 개념이다.
르쿤 교수는 “수학적 함수로 구현되는 ODA는 AI 에이전트가 잘못된 행동을 하나하나 걸러가며 아웃풋을 좁혀간다”며 “이는 LLM과는 차별화된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ODA 구현 알고리즘으로 동영상 콘텐츠를 이해하는 ‘제파(JEPA)’를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제파는 확률을 토대로 데이터를 선택해 출력하는 것에 그치는 LLM의 기반 트랜스포머와 달리 추론하고 복잡한 행동 계획을 짤 수 있다. 르쿤 교수는 다른 빅테크처럼 메타 AI의 최종 목적지가 ‘인간화된 로봇’임을 내비쳤다. 그는 “사람이 식사하고 난 뒤 식탁을 치우고 그릇을 식기세척기에 넣는 로봇을 개발하기 위해선 제파가 필요하다”고 했다.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호텔에서 열린 이번 포럼은 과기정통부가 글로벌 연구개발(R&D) 협력을 위해 마련한 행사다. 미국 영국 유럽연합(EU) 등 73개국 주한 외교관 108명 등이 참여했다. 르쿤 교수는 “인류가 진보하려면 이런 만남의 장이 중요하다”며 “각국의 모든 기업과 연구자들이 오픈소스 기반으로 협력하고 데이터를 공유하면서 전 세계 언어를 담는 AI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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