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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TL, 스페인까지 진출…K배터리 '텃밭' 유럽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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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위 배터리 기업인 중국 CATL이 스페인에 41억유로(약 6조1800억원)를 투자해 대규모 배터리 공장을 짓는다. 독일, 헝가리에 이어 유럽 내 세 번째 제조 시설이다. 관세 장벽을 우회하기 위해 유럽연합(EU)에 거점을 확보하려는 중국과 탈탄소 이행을 위해 배터리 공급망이 필수인 EU의 이해관계가 일치한 결과로 풀이된다. 한국 배터리 3사의 ‘텃밭’이던 유럽 시장에서 한·중 기업 간 치열한 격전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CATL은 10일(현지시간) 세계 4위 완성차 업체 스텔란티스와 스페인에 연 50GWh 규모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합작공장을 짓는다고 발표했다. 연간 60만~70만 대 전기차를 만들 수 있는 시설이다. 두 회사는 5 대 5 지분율로 41억유로를 투자해 2026년 말부터 배터리 생산에 나서기로 했다. 스텔란티스의 유럽 완성차 시장 점유율은 올해 1~10월 기준 15.7%로, 폭스바겐(26.2%)에 이어 2위다.

스텔란티스는 CATL의 LFP 배터리를 자사 브랜드 오펠의 전기차에 적용할 방침이다. 저가 LFP 배터리를 장착한 소형, 준중형급 전기차로 제품 포트폴리오를 넓히려는 계획이다. 스텔란티스는 삼성SDI의 헝가리 공장, LG에너지솔루션의 폴란드 공장 등에서 각각 각형, 파우치형 삼원계 배터리를 공급받아 중고가 전기차를 제조 중이다.

CATL이 유럽에 배터리 공장을 짓는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18억유로를 투자한 독일 공장에선 연 14GWh 규모의 배터리를 생산하고 있다. 73억유로를 투자한 연 100GWh 규모의 헝가리 공장은 내년부터 순차 가동할 예정이다. CATL은 메르세데스벤츠, BMW를 비롯해 유럽 대다수 완성차 업체에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스텔란티스를 포함해 유럽 완성차 업체들은 중국 판매 비중이 높다”며 “중국 배터리를 어느 정도 써줘야 현지 정부의 눈치를 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스텔란티스가 벤츠, 토탈에너지스 등과 합작한 신생 배터리 업체 ACC의 생산 능력이 예상보다 떨어지고, 유럽 배터리의 희망이었던 스웨덴 노스볼트가 파산하며 유럽 시장은 한국과 중국 배터리의 경쟁 구도로 좁혀질 전망이다. 유럽 완성차 업체들이 2만5000유로 미만의 보급형 전기차 출시를 확대할 계획이어서 LFP 배터리 사용량이 더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중국 시장을 제외한 글로벌 배터리 시장(올해 1~10월)에서 CATL의 점유율은 26.4%에 달한다. LG에너지솔루션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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