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사태로 최악의 위기를 맞은 국민의힘이 새 원내대표 선출을 놓고 내분에 휩싸이고 있다. 추경호 원내대표가 물러나며 권성동(5선)·김태호(4선) 의원 등이 원내대표 후보로 나서면서다. 친한(친한동훈)계는 대표적인 친윤(친윤석열) 인사인 권 의원이 원내대표를 맡아서는 안 된다며 각을 세우고 있어 계파 갈등이 확산하는 모양새다.
국민의힘은 10일 후보 접수를 마무리하고, 이르면 12일 새 원내대표를 선출하기로 했다. 현실적으로 경선을 치를 시간이 없다는 점을 감안해 당내 추대 형태로 원내대표를 뽑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날 오후 5시까지 이뤄진 원내대표 후보 접수에는 권 의원과 김 의원이 참여했다.
친윤계와 중진들은 여당 주도로 ‘질서 있는 퇴진’을 실행하려면 당정 소통 등 경험이 많은 중진이 원내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전날 4선 이상 중진회의에 참석했던 나경원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지금은 굉장히 위중한 상황이라서 적어도 원내대표 경험이 있어서 복잡한 현안을 풀어갈 사람이 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이야기들이 논의됐다”며 “그런 의미에서 권 의원으로 얘기가 정리됐다”고 했다. 김 의원은 “당이 단합하는 모습이 안 보인다”며 “한쪽 색깔이 강하지 않은 사람이 나와야 한다는 의견을 듣고 결심했다”고 출마 이유를 밝혔다.
권 의원의 출마에 친한계는 각을 세웠다. 계엄 사태로 민심의 역풍이 거센 가운데 친윤계가 원내 대표를 맡는 건 안 된다는 것이다. 한동훈 대표는 이날 “중진 회의가 (원내대표를)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사실상 반대 뜻을 밝혔다. 친한계에서는 김도읍(5선), 김성원(3선) 의원 등이 원내대표 후보로 거론됐지만 출마하지 않았다.
한편 일각에선 친윤계가 한 대표를 끌어내리기 위한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이날 흘러나왔다. 일부 당원은 친한계 핵심인 장동혁 최고위원에게 사퇴를 종용하는 ‘문자 폭탄’을 보내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고위원 4명이 물러나면 당규에 따라 당 지도부를 새로 구성해야 해 한 대표 체제는 무너진다. 이렇게 되면 원내대표가 비상대책위원회를 이끌며 사실상 당 대표 역할을 한다. 한 대표가 윤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가운데 장 최고위원이 탄핵을 공개 반대하며 나타난 두 사람 사이의 ‘균열’을 노렸다는 분석이다.
다만 친한계 한 관계자는 “조기 퇴진의 방식과 당 재건을 놓고 양측의 각론이 다를 뿐 큰 갈등은 없다”며 “비대위 체제 전환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정소람/박주연 기자 r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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