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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국에 회식은 무슨"…날아간 연말 대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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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밤 9시께 서울 연남동 일대는 평소와 달리 한산했다. 예년 같으면 연말 분위기를 물씬 풍기며 시끌벅적해야 할 음식점과 주점엔 텅 빈 테이블만 눈에 띄었고, 종업원들은 분주히 움직이는 대신 스마트폰만 보고 있었다. 이자카야를 운영하는 이모 씨(42)는 “비상계엄 사태가 터진 뒤 10명 이상의 연말 단체계약이 5건이나 취소됐다”며 “한창 벌어도 모자랄 시기인데 다 망했다”고 하소연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탄핵정국이 이어지면서 서울 유명 상권마저 직격탄을 맞고 있다. 공직자는 물론 일반 직장인 사이에서도 불안심리가 커지면서 연말 회식과 호텔 예약이 연이어 취소되고 있다.
불확실성에 연말 지갑 닫는 시민들
10일 서울시의 실시간 도시데이터에 따르면 9일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 상권에서 발생한 카드 결제(신한카드 기준)는 4424건으로 1주일 전인 2일(5136건)에 비해 13.9% 줄었다. 2일은 비상계엄 사태 하루 전이다. 같은 기간 덕수궁길·정동길 상권 결제는 2676건에서 2241건으로, 양재역 상권 결제는 7006건에서 6775건으로 감소하는 등 서울 주요 상권에서 단기 소비 위축세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시민들의 지갑을 닫게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 종로구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최모 씨(38)는 “연말 대목은 전달보다 20~30%가량 매출이 늘어나는 시기인데 이달 저녁 예약이 지난 한 주 동안 30%가량 취소됐다”며 “비상계엄 때문에 금리가 오를 수 있다는 뉴스에 대출 이자까지 걱정해야 할 판”이라고 토로했다.

7일 국회의 탄핵소추안 표결이 한 차례 부결된 후 불안 정국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자 자영업자의 고민은 더 깊어지고 있다. 시청역 인근의 한식당 주인 김모 씨(36)는 “정부서울청사나 시청에서 일하는 공무원들의 회식 예약이 대부분 취소됐다”며 “한동안 모임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계속된다고 생각하니 암담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지는 윤석열 대통령 퇴진 집회도 자영업자 매출 감소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급작스러운 대규모 집회가 도심에서 벌어지자 교통 혼잡을 우려해 외출을 꺼리는 분위기여서다. 여의도 상권은 호황이다. 7일 여의도 지역의 카드 결제는 2만4521건으로 1주일 전인 11월 30일(1만1627건)에 비해 110.9% 증가했다. 이날 국회의사당 집회에는 주최 측 추산 100만 명이 참가했고, 8일에도 10만 명이 모였다.
호텔업계·기부단체도 비상
호텔업계도 겨울 한파를 맞을 위기다. 영국 이스라엘 등 일부 국가가 한국을 여행위험국으로 지정한 뒤 외국인 감소세가 눈에 띌 정도다. 서울 명동의 한 호텔 관계자는 “비상계엄 사태 이후 12월 예약 취소만 40건이 넘는다”며 “전화로 거리는 안전한지, 자유롭게 돌아다녀도 되는지 묻는 외국인도 많다”고 했다.

복지재단과 기부단체들의 걱정 또한 커지고 있다. 밀알복지재단 관계자는 “아직 기부 행렬에 뚜렷한 변화는 없지만 경제가 더 나빠지면 기부액이 줄진 않을지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탄핵정국이 장기화하면 소비경기가 더 나빠지면서 가장 취약한 소상공인이 큰 피해를 볼 것으로 우려했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과거에도 불확실성이 큰 정국에는 미래에 대한 불안이 확산해 지출보다 저축 성향이 커졌다”며 “탄핵정국이 길어질수록 이런 심리가 강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다빈 기자 davinc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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