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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고 혁신의 비밀 '앤드씽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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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9년 첫선을 보여 전 세계 어린이들의 장난감이 된 레고 블록. 출시 당시 레고 블록 색상은 빨간색, 노란색, 파란색 그리고 흰색 네 가지였다. 이 네 색상이면 주위에서 흔히 보이는 건물이나 사람, 주변 환경을 표현할 수 있었다. 그런데 한 가지 아쉬움이 있었다. 나무, 잔디, 식물 등을 표현할 색상이 마땅치 않았던 것이다. 이에 많은 사용자가 초록색 블록 출시를 손꼽아 기다렸다.

그런데 레고 경영진은 새로운 블록 출시가 레고의 가치와 품질을 해칠까 우려했다. 결국 1956년이 되어서야 다섯 번째 색상인 초록색 블록을 출시한다. 이후 레고는 승승장구하며 1999년 '세기의 장난감'에 선정되기에 이른다.

그런데 이 즈음 레고의 입지가 흔들린다. 새로운 장난감과 비디오 게임이 등장하면서 위기를 맞은 것이다. 이에 레고는 오랜 세월 성공을 가져다준 신중함을 벗어던졌다. 매년 다섯 개의 새로운 테마를 선보이며 제품군을 늘려갔고, 레고의 세계관을 담은 영화와 도서, 다양한 굿즈 상품 등 사업의 외연을 넓혔다. 덴마크 빌룬에만 있던 레고랜드는 영국과 독일, 미국에도 생겨났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레고답지 않은 레고 제품의 등장에 실망감을 금치 못했다.

정체성을 흐리는 제품 개발과 무리한 사업 확장은 실적 악화로 이어졌다. 1998년 창립 이래 첫 적자를 기록하더니, 이듬해에는 전체 직원의 10%인 1000여 명을 내보냈다. 2003년에는 매출이 30% 급락했다.

이 시기까지 레고는 '둘 중 하나 사고’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처음에는 성공의 토대였던 전통 고수에만 매달렸고, 위기감을 느끼자 모든 것을 걸고 새로운 모험을 감행한 것이다. 이러한 극단적 행보는 레고를 혁신과 효율, 현대화와 전통 유지, 유연성과 통제 사이의 딜레마에 허우적대게 만들었다.


인간의 뇌는 본능적으로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이분법적 사고에 익숙하다.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명확한 선택을 하려는 자연스러운 성향이다. 그런데 이분법적 사고를 넘어서는 '둘 다 모두'라는 역설적 사고법도 있다. 이른바, 앤드 씽킹(And Thinking). 전통적 사고방식이 A 또는 B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라면, 앤드 씽킹은 A와 B를 동시에 추구하거나 결합한다.

오늘날의 기업은 수익성 추구와 함께 구성원 행복, 고객 만족, 환경 보호, 사회적 책임 등 신경써야 할 요소가 너무 많다. 그리고 이러한 요소들은 각자의 방향을 가지고, 서로 반대되는 입장에 있다가 그 경계가 흐릿해지기도 한다. 그래서 이런 경영 환경을 가진 현재를 빅블러(Big Blur) 시대라고 한다.

MIT의 아난트 아가르왈 교수는 "빅블러 시대에는 서로 다른 두 가지를 엮어서 생각하는 앤드 씽킹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가 말하는 앤드 씽킹은 겉보기에 무관한 요소를 연결하여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접근법이다.

앤드 씽킹은 상반된 개념을 동시에 추구하며 이분법적 사고의 한계를 뛰어넘는다. 양자택일이 아니라 '이것도 저것도' 가능하다고 본다. 단순히 선택지를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서로 다른 요소 사이의 시너지를 찾아내려 애쓰며, 다양한 관점을 통합한다. 문제를 다각도로 조명하고 상이한 시각과 아이디어를 결합한다. 서로 다른 배경과 전문성을 가진 이들이 아이디어를 교환할 때 예상 밖의 해결책이 떠오른다. 마지막으로 기존 틀을 벗어나 새로운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보고 해답을 찾는 것이다.

다시 레고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2004년 파산 위기에 처한 레고에 요르겐 비그 크누스토르프가 새 CEO로 선임된다. 그는 '재미있게 놀다'라는 레고의 본질로 돌아가 사업을 조정했다. 무리하게 벌린 사업들을 정리하고 유아용 듀플로 시리즈와 레고 시티의 기본 캐릭터를 되살렸다. 그리고 과감하게 성인층으로 타깃을 넓혔다. 스타워즈, 닌자고, 배트맨, 반지의 제왕 스토리를 입힌 시리즈는 큰 인기를 끌었다.

이러한 노력은 놀라운 성과로 이어져 2007년부터 2016년까지 매출은 70억 크로네에서 379억 크로네(약 6조 6700억원)로, 순이익은 10억 크로네에서 94억 크로네(약 1조 6700억원)로 치솟았다. 직원 수도 4배 가량 늘었다. 레고에 이러한 전환을 가져온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 레고 박물관에 전시된 '패러독스 리더십(11 Paradoxes of Leadership)'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레고의 11가지 패러독스 리더십>
▷직원들과 가까이하되,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라.
▷선두에 서서 이끌되, 뒤로 물러나 있어라.
▷직원을 신뢰하되,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늘 확인하라.
▷관대하게 행동하되, 원하는 것을 얻어내라.
▷자신의 부서를 위해 일하되, 회사 전체의 목표에 충실하라
▷시간을 계획적으로 쓰되, 일정에 융통성을 가져라
▷솔직하게 의견을 말하되, 정치적으로 굴어라
▷비전을 추구하되, 현실에 발을 딛고 있어라.
▷합의를 추구하되, 결단력 있게 돌파하라.
▷역동적으로 생활하되, 신중한 태도를 지녀라.
▷자신감을 갖되, 겸손하라.

레고는 엄격한 품질 기준으로 전통을 지키면서도, 역설적 리더십으로 혁신을 이뤄냈다. 바로 앤드씽킹의 힘이었다. 패러독스 리더십은 이제 레고의 핵심 경영 철학으로 자리잡았다.

앤드 씽킹을 실천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질문의 방식을 바꾸는 것이다. "여러 선택지 중 가장 효과적인 대안은 무엇인가?"라는 질문 대신, "가장 효과적인 대안을 고르되, 역설적이거나 상반되는 방법을 통합하는 대안도 고려하라"라고 묻는 것이다. 질문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창의적인 해결책이 떠오를 수 있다. 선택지가 이분법적으로 주어지면 사람들은 자연스레 양자택일의 틀에 갇힌다. 하지만 반대되는 길을 동시에 추구하는 가능성이 열리면 생각의 지평도 넓어진다. '이것도 하면서 저것도 할 수 있다'는 깨달음을 얻는다.

앤드 씽킹을 기억하자. 그것만으로도 우리의 사고 체계는 확장된다. 그리고 ‘둘 다 모두’의 시각으로 골치 아픈 문제를 들여다보자. 지금까지와 다른, 완전히 창의적이고 탁월한 해결책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휴넷리더십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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