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2월 10일 11:00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싱가포르투자청(GIC)이 서울파이낸스센터(SFC) 인수 희망자들을 상대로 가격 등을 포함한 제안을 다시 받기로 했다. 흥행을 북돋기 위한 조치라는 해석이다. 짧은 기간 동안 추가로 제출할 수 있는 여지가 많지 않아 의미 있는 추가 제안이 나오기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1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GIC는 SFC 매각 주관사 CBRE와 11일 기존 입찰에 참여한 코람코자산신탁 리츠부문, 코람코자산운용, 벤탈그린오크(BGO) 등을 상대로 2차 입찰을 받을 예정이다. 가격, 자금 조달 방안 등을 구체화한 계획을 제안해달라는 요청이다.
지난 2일 입찰을 실시한 SFC는 예상과 달리 흥행에 실패했다. 당초 흥행이 몰리며 3.3㎡당 4000만원인 1조5000억원까지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으나 실제론 최고가 입찰액이 3.3㎡당 3500만원대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매각 예상 가격도 최대 1조2000억원대로 떨어졌다.
GIC는 인수 제안자들이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주길 원하고 있다. 코람코 측은 가격을 높게 썼지만 에쿼티 자금 조달 방안이 부족한 편으로 평가받는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더라도 블라인드 펀드의 드라이 파우더(미소진 투자금)가 작아 딜 클로징(거래 종결) 능력을 더 보여달라는 요청인 셈이다. BGO는 코람코보다 낮은 가격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BGO엔 가격 인상을 원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시간상 2차 입찰을 통해 얻어낼 실익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입찰 이튿날인 3일 밤 계엄령 선포 이후 정국이 요동치며 오히려 자금 조달에 어려움이 뒤따를 수밖에 없어서다. 1차 입찰과의 간격이 짧은 터라 제안에 큰 변화를 주기 어렵다는 것이다.
매도인이 협상에 불리해진 상황에서 2차 입찰을 받았다가 빠른 의사결정을 하지 못하고 무산될 가능성도 있다. 브룩필드자산운용이 2022년 IFC 매각 때 유례없이 3차 입찰까지 받았다 무산됐던 사례가 대표적이다. 당시 입찰이 늘어지지 않았다면 적기에 매각할 수 있었다는 게 IB 업계의 평가다.
2차 입찰은 GIC가 싱가포르 본사에 매각의 어려움을 어필해보려는 용도로 쓰일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추가 입찰까지 붙여봤지만 예상보다 좋지 못한 결과가 나왔다는 것을 알리기 위한 용도라는 해석이다. 조단위 대형 매각 건인 SFC의 경우 의사결정을 싱가포르에서 주관하게 된다.
지어진 지 20년 넘은 건물이라 추가 자금 투입을 통한 밸류 애드(가치부가)도 필요할 전망이다. 추가 자본적지출(CAPEX) 규모는 3.3㎡당 300만원으로 잡으면 약 1000억원에 달한다. SFC는 GIC가 외환위기 직후인 2000년 3500억원에 인수했다. 연면적은 11만9646㎡(약 3만6192평)로 지하 8층~지상 30층 규모다.
매도인인 GIC는 운용자산 규모가 7700억달러(약 1016조원)에 달하는 세계 6위 국부펀드다. GIC는 올해 초부터 광화문 SFC 매각 여부를 검토해왔다. 국내 진출 이후 20년 넘게 부동산 큰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강남 역삼 강남파이낸스센터(GFC), 여의도 신한금융투자 등 굵직한 부동산 투자에 나서왔다. GIC는 SFC의 싱가포르계 공유오피스 업체 저스트코에 입주해있다 규모를 늘리기 위해 올해 GFC로 사무소를 이전했다.
류병화 기자 hwahwa@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