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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콘텐츠 전망: 런웨이(Runway)의 영광과 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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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한국의 한 드라마가 전 세계를 들썩이게 했다. 넷플릭스에서 방영된 황동혁 감독의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었다.

대한민국을 넘어 글로벌 시장의 역사를 새로 쓴 ‘킬러 콘텐츠’가 탄생한 순간이었다. 이 드라마의 뜨거운 인기 덕분에 세계 각국의 사람들이 K콘텐츠 전반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한국의 작품이 세계 시장에서 그 영광을 다시 재현할 수 있을까. 2024 연말, 그리고 이어지는 2025년 새해에 K콘텐츠는 다시 한번 글로벌 무대의 ‘런웨이(Runway)’에 설 것으로 보인다. ‘오징어 게임’의 새로운 시리즈 2, 3편을 비롯해 다수의 K콘텐츠가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을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

K콘텐츠는 2024년 한 해 동안 어려운 시장 환경에도 꾸준한 사랑을 받았다. 이 기세를 이어 2025년엔 더욱 크고 유명한 패션쇼 런웨이에 선 것처럼 전 세계 사람들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시장에선 또 다른 의미의 런웨이가 펼쳐질 전망이다. 런웨이는 본래 ‘활주로’라는 뜻을 갖고 있다. 활주로는 공항에 마련된 직선의 도로를 이른다. 활주로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비행기가 날아오르기 위한 일종의 ‘도움닫기’를 하는 장소에 해당한다.

비행기가 착륙할 때 발생하는 큰 충격을 견디기 위한 튼튼한 특수 설비도 갖추고 있다. K콘텐츠는 국내 시장에서 치열한 생존과 도움닫기를 위한 활주로에 서게 될 예정이다. 제작비 부담 등으로 악화된 시장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각 기업과 창작자들은 다양한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 그리고 다가오는 새해엔 추진안들이 조금씩 가시화될 예정이다.

그렇게 2025년 K콘텐츠는 글로벌 시장, 국내 시장에서 각각 다른 의미의 런웨이에 서게 됐다. 과연 K콘텐츠는 런웨이의 무게감을 이기고 눈부신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까?
1000억 ‘오겜’에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

2025년 K콘텐츠 라인업은 어느 때보다 화려하다. 글로벌 시장을 집중 공략하기 위해 대작들이 잇달아 공개될 예정이다. 그중에서도 큰 관심을 받고 있는 작품은 단연 ‘오징어 게임’ 시리즈다.

오는 12월 26일 시즌2가 공개되며 2025년에도 시즌3가 방영된다. 황 감독은 1년간 시즌2, 3를 동시에 촬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즌2의 제작비만 해도 전작의 4배인 1000억원에 달한다.

K콘텐츠 역사상 최초로 제작비 1000억 시대가 열린 것이다. 이야기는 시즌1에서 게임의 최종 우승자 성기훈(이정재 분)이 복수를 위해 다시 게임에 참여하며 시작된다.

‘오징어 게임’의 시즌1은 글로벌 OTT 넷플릭스의 역대 최고 흥행작에 해당한다. 따라서 사실상 전 세계 시청자들이 다음 시즌을 기다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즌2, 3가 그 기대를 충족시킨다면 K콘텐츠의 영향력 확대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2021년 K콘텐츠에 대한 전반적인 관심이 높아졌듯 시장의 판도를 바꾸고 막강한 파급효과를 낳을 수 있다. K콘텐츠는 그동안 지속적으로 성과를 보이긴 했지만 화력 자체는 다소 약해진 상태이다.

2020년 영화 ‘기생충’이 오스카에서 작품상 수상으로 최고의 영예를 안았으며 2021년엔 ‘오징어 게임’이 흥행하며 K콘텐츠는 역사상 최고의 전성기를 누렸다. 하지만 이후 그에 버금가는 성적표를 얻진 못했다. K콘텐츠 시장이 더욱 성장하기 위해선 다시 거대한 열풍을 일으켜 판을 키울 결정적인 기회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오징어 게임’뿐만 아니라 다른 시리즈물에 대한 국내외 팬들의 기대도 높다. 아이유, 박보검 주연의 ‘폭싹 속았수다’, 김은숙 작가와 이병헌 감독이 만들고 수지, 김우빈이 주연을 맡은 ‘다 이루어질지니’ 등이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다. ‘무빙’ 이후 국내 화제작을 찾아보기 힘들었던 디즈니플러스도 공세를 강화한다. 김혜수, 정성일이 출연하는 ‘트리거’, 박은빈과 설경구 주연의 ‘하이퍼나이프’ 등이 잇달아 공개된다.
토종 OTT, 영화계의 생존 활주로가 필요

하지만 이처럼 2025년을 화려하게 장식할 대작의 대부분은 글로벌 OTT에서 방영될 예정이다. K콘텐츠의 글로벌 OTT 종속성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OTT는 전 세계 시청자들을 사로잡기 위해 엄청난 규모의 제작비를 쏟아부어 K콘텐츠 제작을 이어가고 있다. 덕분에 K콘텐츠가 글로벌 시장에 알려질 수 있는 기회는 늘어나고 있지만 국내 시장 상황은 되려 악화되고 있다.

제작비 부담이 급증하고 있는 탓이다. 또한 콘텐츠가 시시각각 쏟아지며 제작비를 많이 들이고도 흥행에 실패할 확률은 더욱 높아졌다. 이에 따라 국내 OTT 업계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스포츠 중계 등 토종 OTT의 고군분투가 이어지고 있지만 글로벌 OTT에 비해 여전히 규모 면에서 밀리고 있는 상황이다.

심지어 넷플릭스는 ‘흑백 요리사’ 등의 흥행에 힘입어 예능 프로그램도 대폭 강화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일반 방송사처럼 각 요일마다 새 예능을 선보일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24년 최고 인기작 중 하나인 ‘흑백 요리사’의 시즌2 참가자 모집 공고도 이미 나왔다.

예능은 드라마, 영화에 비해 더욱 쉽고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장르이다. 넷플릭스는 이 장점을 살려 이용자의 일상 속 시청 시간을 대대적으로 늘리겠다는 전략이다.

글로벌 OTT의 대규모 공세에 업계는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그중 새해에 가장 눈여겨볼 부분은 토종 OTT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이다.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 소식은 2023년 말부터 전해졌지만 1년 동안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급물살을 타면서 2025년 상반기께 합병법인이 출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은 현재의 티빙, 웨이브 플랫폼을 각각 유지하면서 추후 단계별로 통합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예정대로 합병이 이뤄지면 글로벌 OTT에 비해 체급이 크게 밀렸던 상황이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체급이 달라지면 더욱 다채로운 콘텐츠를 만들고 방영할 수 있는 기반도 마련될 수 있다.

이 경우 국내의 뛰어난 창작자들이 글로벌 OTT에 쏠리는 현상이 다소 약화되고 시청자들의 관심도 토종 OTT로 일부 옮겨갈 수 있다. 따라서 2025년 양 플랫폼의 합병법인이 탄생하고 추후 사업 방향을 잘 잡아간다면 K콘텐츠 업계엔 비상(飛上)을 위한 새로운 활주로가 펼쳐질 것으로 기대된다.

오랜 시간 K콘텐츠 시장을 떠받쳐왔던 영화의 생존 활주로가 이어지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상황은 녹록지 않다. 새해에 개봉할 한국 영화 중 제작비 30억원 이상의 상업 영화는 10편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극장을 찾는 관객 수가 급감하면서 주요 투자배급사들이 영화 투자를 크게 줄인 영향이다. 개봉작으로는 박찬욱 감독의 ‘어쩔 수가 없다’, 마동석 주연의 ‘거룩한 밤: 데몬 헌터스’, 김윤석·구교환 주연의 ‘폭설’ 등이 있다.

코로나 이후 급격히 침체된 한국 영화 시장이 여러 해가 지나도록 되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이 개봉작들의 흥행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상황이다.

런웨이라는 단어는 다른 영역에서도 활용되고 있다. 비행기는 비행장 활주로를 달리며 이륙을 시도하게 된다. 그런데 활주로가 끝나기 전까지 이륙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큰 사고가 일어난다.

이를 스타트업의 상황에 빗대어 런웨이는 스타트업의 사업 지속 기간을 의미하는 용어로도 사용된다. 스타트업은 보유 자금이 떨어질 때까지 안정적인 궤도에 오르지 못하면 더 이상 사업을 이어갈 수 없게 된다. K콘텐츠가 글로벌 시장에서의 눈부신 성과를 기다리면서도 반드시 국내 시장을 재정비해야 하는 이유이다.

화려한 패션쇼를 거닐듯 멋지게 나아가야 하는 글로벌 시장에서의 런웨이, 비행기처럼 날아오르기 위해 반드시 지켜야 할 국내 시장에서의 런웨이. 2025년 K콘텐츠는 이 모든 런웨이에서 승기를 거머쥘 수 있을까. 스타트업의 런웨이처럼 K콘텐츠의 생존과 발전 시계는 이미 째깍째깍 흐르고 있다.

김희경 인제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영화평론가 kimhk@inje.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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