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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선포 후 무장 軍병력 국회 진입…행정부 기능 사실상 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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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것은 현재의 국회내 여야 역학 관계와 정치 구도로는 더 이상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기 힘들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현행법을 감안할 때 윤 대통령의 3일 발표는 국회의 기능을 정지시키고, 야당이 주도하는 국회 권력을 정지시키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예산안 위기감에 계엄 선포
윤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는 더불어민주당 주도의 내년 예산안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데 따른 위기 대응로 분석된다.

11월 30일인 예산안 법정 처리 시한을 지나 정부안이 아니라 야당 예산안이 본회의로 제출된 것은 초유의 일이다. 이전에는 국회법에 따라 여야가 기한 내에 예산안 심의를 마무리 짓지 못하면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이 그대로 본회의로 올라왔다. 이후 양당 원내대표는 기존 논의의 연장선에서 정부안을 증액·감액한 뒤 통상 12월 하순에 합의안을 처리해왔다. 연말까지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정부안이 본회의에 올라 표결에 부쳐진다. 야당은 이를 부결시킬 수 있지만 ‘나라 살림살이를 발목 잡았다’는 비판에 직면한다. 12월 이후 예산안 협의 과정에서 정부가 주도권을 잡을 수 있었던 이유다.

하지만 민주당이 감액 예산안을 상정하며 전제 자체가 달라졌다. 양당 원내대표 협상의 기준점이 정부안에서 4조1000억원을 덜어낸 민주당안이 된 것이다. 여야 협상이 순조롭게 이뤄지지 않으면 민주당은 언제든 감액안 처리를 요구할 수 있다. 합의되지 않으면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상정한 안이 최종 처리될 수 있는 만큼 정부와 여당의 마음이 더 급해질 수밖에 없다. 정부와 여당은 쫓기는 상황에서 예산과 관련된 민주당의 입장을 수용해야할 상황이 됐다.

계엄령 선포로 예산안과 관련된 행정부의 활동도 정지됐다. 세종청사에는 공무원들의 움직임이 통제되는 가운데 계엄령 이후 추이를 주시하고 있다.
연이은 野 탄핵에 대한 반발도
더불어민주당은 4일 국회 본회의에서 최재해 감사원장과 이창수 서울중앙지방검찰청장 등의 탄핵소추안도 처리할 예정이다. 모두 사상 초유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행정부의 주요 인사들의 역할을 차단하는 상황에서 더이상 국정 운영을 이어갈 수 없다는 위기감도 계엄령 선포의 배경으로 작용했다”고 말햇다.

민주당은 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야당의 검사 탄핵에 반대 입장을 밝힌 검사들에 대한 감사요구안을 강행 처리했다. 감사요구안에서 검사 탄핵에 반대한 검사들에게 ‘정치적 중립 의무 및 정치운동 금지 등 관련 법령 위반 의혹’이 있다고 한 것이다. ‘(검사들의) 검사 법령 위반 행위에 대한 방조, 조장 의혹’을 이유로 법무부와 검찰도 감사 대상으로 명시했다. 서울중앙지검 소속 검사들은 지난 2일 이 지검장 등 검사 세 명의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에 보고되자 비판 성명을 냈다.

최 원장은 이날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임명한 조은석 감사위원의 후임으로 백재명 서울고등검찰청 검사를 임명했다. 국회에서 탄핵안이 가결되면 최 원장은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결과가 나올 때까지 직무가 정지된다. 최 원장의 직무가 정지되면 감사원법에 따라 재직 기간이 긴 감사위원 순으로 원장 권한을 대행하게 된다. 이에 따라 조 감사위원이 임기 만료일인 내년 1월 17일까지 권한대행을 맡고, 이후 김인회 위원(내년 12월 5일 임기 만료)이 이어받는다. 최 원장 권한 정지 시 내년 1월 17일까지 감사위원회 의결 구도가 3 대 3으로 팽팽한 대립을 이루다가 18일부터 보수 4 대 진보 2 구도로 재편될 전망이다.

윤 대통령 입장에서는 검찰과 감사원이라는 사정기관을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하는 것이다.

간첩죄 적용 대상을 ‘적국’에서 ‘외국’으로 확대하는 형법 개정안에 더불어민주당이 반대하는 것에 대해서도 대통령실 내에서 비판적인 반응이 많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이 야당을 겨냥해 “대한민국의 존립을 흔드는 단체”라고 비판했던 이유다.
계엄 선포는 5.18 이후 최초
우리나라에서는 1948년 8월 15일 정부 수립 이후 모두 10번의 계엄령 선포가 있었다. 최초의 비상계엄은 1948년에 발생한 여순사건으로 10월 21일에 발효됐다가 1949년 2월 5일 해제되었다.

이승만 대통령은 1960년 4월 19일 4.19혁명이 일어나자 계엄령을 선포하고 계엄군을 출동시켜 학생 시위를 막도록 했다.

1961년 5월 16일에는 박정희가 군사쿠데타를 일으키며 아침 9시를 기해 비상계엄령을 선포하고 4.19혁명으로 탄생한 장면 정권을 해체시켰다. 박정희 정권은 이후 1964년과 1965년, 1972년에도 계엄령을 선포했으며, 1979년 10월 16일 유신체제에 반대하는 시위가 부산 지역에서 격화되자 18일 0시를 기해 부산 지역에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 전 대통령이 중앙정보부장 김재규에 의해 살해되자 10월 27일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에 비상계엄이 선포되었다. 1980년 5월 17일에는 전두환과 신군부가 다시 한번 군사쿠데타를 일으키며 비상계엄령을 전국으로 확대 선포했다. 5월 18일부터 이에 저항하는 5.18 민주화운동이 일어나자, 계엄군을 투입해 무력으로 진압하기도 했다.

부마항쟁으로 인해 10월 18일 부산지역에 선포된 계엄령은 이후 계속 확대되면서 1981년 1월 24일 해제될 때까지 456일 동안 유지되었다.
야당, “이제 대한민국 대통령 아니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날 밤 국회 집결을 소집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긴급 라이브 방송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은 지금부터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아니다”라며 “국민 여러분이 민주주의의 마지막 보루, 국회를 지켜달라”며 “국회가 비상 계엄을 해제해야 하는데 군대를 동원해 (국회의원을) 체포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했다. 민주당은 이날 이 대표를 비롯해 박찬대 원내대표 등 자도부 전원이 국회로 집결했다. 당대표실 관계자는 ”아직 그 이상의 이하의 방침도 없다“고 했다. 이 대표는 이날 경찰 저지에도 국회의 담을 넘어 진입했다.

노경목/설지연/배성수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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