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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용석 칼럼] 고교 무상교육 소동, 여태 뭐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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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무상교육이 시행된 것은 2020년부터다. 취지는 좋지만 처음부터 말이 많았다. 우선 시행 시점. 고교 무상교육이 결정된 것은 전년도 9월 국회에서 지방교육교부금법이 개정되면서다. 21대 총선을 앞둔 때였다. 당시 여당이던 더불어민주당이 법안 통과를 주도했다. ‘헌법에 규정된 교육받을 권리 보장’ 등 여러 이유를 내세웠지만 학부모 표심을 잡으려는 계산도 없진 않았다.

더 큰 문제는 돈이었다. 고교 무상교육엔 한 해 2조원가량이 들 것으로 예상됐다. 임기 내내 공격적으로 재정을 늘린 문재인 정부도 이 돈을 전부 내는 것은 부담스러웠는지 정부가 47.5%, 교육청이 47.5%, 지방자치단체가 5%를 분담하는 방안을 짰다. 민주당 의원들이 관련 법안을 발의했다.

특이한 것은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 기간을 2020년 1월 1일부터 2024년 12월 31일까지 5년간으로 정했다는 점이다. 그럼 2025년 이후는? 국회 심의 과정에서도 이 부분이 논란이 됐다. 문 정부는 일단 고교 무상교육을 시행한 뒤 대안을 찾겠다고 했다. 학생 감소와 세수 변화, 교육청 재원으로 쓰이는 내국세 교부율 등에 대해 심층적으로 연구·검토해 2021년까지 안정적인 재원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런데 안 했다. 직무 유기였다. 문 정부 이후 들어선 윤석열 정부도 손을 놨다.

2024년이 저물어가는 요즘 이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기획재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025년도 예산안에 내년분 고교 무상교육 지원액을 한 푼도 반영하지 않으면서다. 정부는 국비 지원을 규정한 법 조항이 올해 말 종료되는 만큼 내년부터는 ‘법대로’ 교육청이 고교 무상교육을 책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학생은 줄어드는데 교육청 예산인 교부금은 내년에 3조4000억원 정도 늘어나니 교육청 혼자서도 감당할 수 있다는 논리인데, 당장 내년은 몰라도 그 이후에 그럴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교육청은 과거 세수 여건이 좋을 땐 교부금이 늘면서 적립금도 많이 쌓였지만 요즘은 세수 펑크로 교부금이 줄었고 적립금도 곧 바닥날 상황이라고 반발한다. 학생은 줄지만 학급 수는 늘고 있고 방과 후 학생 돌봄, 인공지능(AI) 교과서 도입 등으로 학교가 써야 할 돈도 계속 늘고 있다고 아우성이다.

정부와 교육청이 평행선을 달리자 민주당은 국비 지원을 3년 연장하는 법안을 발의해 국회에서 밀어붙이고 있다. 3년 뒤에는 또 어떻게 하겠다는 대안도 없다. 별다른 고민 없이 미봉책을 꺼낸 것이다. 그러면서 정부가 고교 무상교육비 지원을 끊는 건 국가 책임을 포기한 것이라고 정치 공세를 편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법안 처리를 강행하면 대통령 거부권 필요성을 검토하겠다고 반발한다. 민주당의 일방적인 법안 처리와 대통령 거부권 행사가 여기서도 되풀이될 조짐이다.

정치권과 정부가 철저한 준비 없이 덜컥 정책을 꺼냈다가 문제가 생겨 허둥지둥하는 게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백년대계라는 교육마저 이런 식이어선 곤란하다. 교부금이 남아돌 때 아끼지 않고 멀쩡한 학교 시설을 뜯어고치고 교사와 학생에게 공짜 노트북이나 태블릿PC를 뿌리는 등 방만하게 돈을 쓴 교육청도 큰소리치기 힘든 건 마찬가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고교 무상교육을 안 하는 나라는 없다. 하지만 고교 무상교육을 두고 이런 소동을 겪는 나라는 우리 말고는 찾아보기 어렵다. 고교 무상교육이 차질을 빚으면 피해는 애꿎은 국민에게 돌아간다.

땜질 처방 말고 지속 가능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 저출생으로 학생 수가 줄어드는 만큼 단계적으로 교육청 분담 비율을 높이고 정부 분담 비율을 낮추는 걸 대안으로 고려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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