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만 해도 이랜드그룹의 공식 홈페이지 방문객은 한 달에 8000명을 간신히 넘기는 수준이었다. 기업 소개, 기업설명회(IR) 자료만 있는 여느 기업 홈페이지와 별반 다를 게 없었다. 그랬던 이랜드 공식 홈페이지에 올해에만 1500만 명이 방문했다. 3년 만에 월 130만~150만 명이 꾸준히 찾는 인기 사이트로 변신했다.
변화를 이끈 주역은 20~30대 직원들이다. 사이트 운영자와 에디터 역할을 맡아 딱딱한 홈페이지를 잡지처럼 바꿨다. 패션, 여행, 미식, 스포츠 등 다양한 분야의 콘텐츠를 첫 화면에 배치하고 각자 필명으로 코너를 운영했다. ‘스타일리시하게 패딩 입는 법’ ‘지역 맛집과 카페 추천’ 등 흥미로운 콘텐츠가 입소문이 나면서 방문객이 점차 늘어났다.
이들은 3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불필요한 간섭 없이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실행할 수 있는 환경 덕분에 가능했다”고 입을 모았다. 홈페이지에서 어떤 주제를 다룰지, 어떻게 콘텐츠를 구성할지, 언제 표출할지 등 모든 의사결정은 오롯이 이들 몫이다. 직원들이 서로 아이디어를 나누고, 피드백을 주면 눈길을 사로잡는 트렌디한 콘텐츠가 탄생한다.
콘텐츠는 단순히 방문 유도에 그치지 않고, 직간접 매출로 이어진다. 패션에디터 ‘배터리’로 활동하는 이찬호 씨는 “패션 브랜드 마케팅 직무에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패션 아이템의 역사부터 어떻게 잘 입어야 하는지 등 깊이 있는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며 “자연스럽게 뉴발란스, 스파오, 후아유 등 이랜드그룹의 패션 브랜드를 알리는데, 구매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50만 점에 이르는 방대한 이랜드뮤지엄의 컬렉션을 소개하는 ‘E-키피디아’도 효자 콘텐츠다. BTS, 마이클 잭슨, 마릴린 먼로 등 이랜드그룹이 보유한 글로벌 스타의 소장품을 소개하는 콘텐츠는 각 조회수가 무려 500만 회가 넘는다.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이 미국프로농구(NBA) 챔피언십 우승 때 신은 농구화, 축구계 슈퍼스타인 리오넬 메시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유니폼 등에 관한 글도 스포츠 팬들에게 인기다.
‘선한 나비효과’를 낳기도 한다. 이랜드재단과 이랜드복지재단의 따뜻한 휴머니즘 스토리를 소개하는 윤호중 씨는 “최근 아버지 간병을 해야 했던 한부모 가정 민서 양(가명)이 이랜드복지재단의 긴급 위기지원 사업으로 생계비를 지원받았다는 소식을 전했다”며 “이 글을 본 뒤 자발적으로 기부에 참여했다는 반응에 뿌듯함을 느꼈다”고 했다.
이랜드 관계자는 “젊은 직원들 노력으로 공식 홈페이지가 알찬 정보를 제공하는 문화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