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세대(5G) 특화망, 알뜰폰 사업을 해오던 세종텔레콤이 인공지능(AI)과 블록체인 기술을 결합한 신사업에 도전하고 있다. 유실물 통합관리 플랫폼 ‘파인딩올’이 핵심 무기다.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막강한 ‘통신 3사’ 체제에서 존재감이 크지 않았던 통신사업자의 이색 도전이다.
○물건에 스티커 부착…주인 매칭
3일 업계에 따르면 세종텔레콤은 내년부터 전국 주요 지방자치단체, 지하철, 버스, 백화점에 파인딩올을 공급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올해 10월 부산에서 처음 선보인 사업을 내년 1월부터 전국구로 확장하는 전략이다.파인딩올은 잃어버린 물건을 찾아주는 AI·블록체인 서비스다. 지갑이나 무선이어폰 등에 QR코드 스티커를 부착하고 앱에 등록해두면 분실 시 습득자가 해당 QR코드를 촬영해 물건 주인에게 연락할 수 있다. 습득자가 QR코드를 스캔하면 ‘물건을 주웠나요? 분실자에게 메시지를 보내보세요’라는 화면이 뜨는 식이다.
이 서비스는 세종텔레콤 신성장사업본부가 새로운 사업모델을 발굴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부산 출장이 잦았던 왕영진 신사업성장사업본부 이사가 역에서 무선이어폰을 잃어버린 경험에서 내놓은 아이디어다. 아이디어가 올해 부산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이 주관하는 ‘지역특화산업 융합 블록체인 공모 프로젝트’에 선정되면서 사업화가 본격 추진됐다.
왕 이사는 “기술적으로 유실물을 습득한 사람과 잃어버린 사람을 매칭시켜줄 수 없을지를 고민했다”며 “보안성이 강한 블록체인 기술에 챗GPT 이미지 분석 기술을 합쳐 서비스를 완성했다”고 설명했다.
○내년 전국구 서비스
서비스 출시 후 두 달간 모은 이용자는 5000명에 달한다. 부산 시민뿐 아니라 여행객이 꾸준히 가입해, 전체 가입자의 30%는 다른 지역 거주자다. 부산시 등과의 프로젝트 기간은 이달까지다. 내년 1월부터는 회사 정식 사업으로 키운다는 방침이다.이 회사는 최근 부산역, 부산교통공사, 부산항만공사 등과 공식 연동을 추진 중이다. 수요처 한 곳당 월 5만원을 이용료로 받고, 유실물 보관 및 탐색을 체계화하는 서비스를 제공할 것으로 전해졌다. 내년 1월부터 온라인에서 파인딩올 QR코드 스티커도 판매한다. 배송료 정도만 받고 스티커는 무료로 배부하는 식으로 이용자를 끌어모을 계획이다.
세종텔레콤은 관련 수요가 전국적으로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해마다 발생하는 유실물은 100만 건이 넘기 때문이다. 내년에 가입자 10만명, 수요처 600여 곳을 확보한다는 목표다. 왕 이사는 “추후 미아나 노인 찾기, 교통사고 목격자 찾기 등 서비스 영역을 확장할 것”이라며 “대중적인 서비스로 승부를 보겠다”고 강조했다.
업계에선 이 같은 변화를 주시하는 분위기다. 세종텔레콤은 올해 1월 제4이동통신사 선정에 뛰어들었다가 경매 첫날 포기한 이후 별다른 존재감이 없었다. 올해 4월엔 유선통신 관련 전기통신사업을 물적 분할해 자회사 ‘세종네트웍스’를 출범시켰다. 정작 모기업에서 뚜렷한 캐시카우(수익원)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