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시장을 단단하게 다지고 유럽에서도 K뷰티를 널리 알리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하겠습니다.”
정다연 모스트 대표는 3일 서울 통의동 본사에서 기자와 만나 “유럽 지역에서 K뷰티의 잠재력을 높게 보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모스트는 정 대표가 2018년 창업한 K뷰티 화장품 유통 전문기업이다. 코스트코 등 미국 대형 유통업체와 파트너십을 맺고 코스알엑스와 조선미녀 등 30여 개 K뷰티 브랜드의 현지 진출을 지원하고 있다.
앞서 패션기업인 폰드그룹은 지난 8월 모스트를 인수해 계열사로 편입시켰다. 모스트가 북미 시장을 중심으로 K뷰티 유통망을 급속도로 확대하는 걸 눈여겨본 것이다. 폰드그룹은 인수 뒤에도 경영은 정 대표에게 맡겼다.
정 대표는 원래 호주계 맥쿼리은행에서 투자은행(IB) 업무를 담당했다. 그러다 뷰티 등 소비재에 관심이 생겨 애플을 거쳐 아마존으로 옮겼다.
아마존 코리아 재직 당시 정 대표는 K뷰티의 잠재력에 주목했다. 그는 “코스알엑스와 조선미녀 같은 K뷰티 브랜드들이 굉장히 저평가됐다고 느꼈다”며 “글로벌 시장에 이들을 유통하면 기회가 있겠다고 판단해 창업을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모스트는 중국 등 아시아 위주였던 다른 브랜드나 유통사와 달리 처음부터 북미를 겨냥했다. 정 대표는 “모스트가 중간 벤더사로서 마진을 남기려면 코스트코와 같은 대형 유통업체를 뚫어야 했다”며 “한국 화장품이 가득 담긴 트렁크를 끌고 미국 시애틀에 있는 코스트코 본사로 무작정 찾아갔다”고 했다.
2019년 코스트코 입점이 성사되면서 모스트는 성장의 발판을 마련했다. 당시 코스트코 바이어는 정 대표를 향해 “네가 가져오는 K뷰티 브랜드는 유독 특별하다”며 추켜세웠다. 2021년부터는 코스알엑스, 조선미녀, 바이오던스 등 브랜드가 모스트를 거쳐 코스트코 입성에 성공했다.
미국, 캐나다 등 북미 뿐 아니라 멕시코, 대만 등 전 세계에 걸친 700여개 코스트코 매장으로 K뷰티 유통이 본격화되며 모스트도 급격한 성장세를 나타냈다. 2019년 24억원이었던 매출은 지난해 125억원을 기록했다. 올해는 330억원, 내년에는 약 500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정 대표는 “지금 미국에서는 코스트코 뿐 아니라 세포라와 얼타 등 기존 뷰티 유통 채널에서도 K뷰티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며 “최근엔 얼타와 내년을 목표로 K뷰티 섹션을 마련하기 위한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K뷰티의 미래에 대해서는 가격 경쟁력이 아닌 ‘브랜드 스토리텔링’으로 승부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정 대표는 “지금까지 K뷰티는 스킨케어에서 강점을 보였지만 앞으로는 메이크업 비중을 높여야 한다”며 “가격이 아닌 우리 브랜드 고유의 서사와 스토리텔링으로 승부하면 K뷰티가 ‘피크아웃(정점을 찍고 하락 전환)’ 우려를 넘어 지속가능한 트렌드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