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1위 주거용 부동산 자산운용사 그레이스타가 내년 상반기에 한국에 상륙한다. 그레이스타는 786억달러(약 109조원) 규모의 자산을 굴리고 있다. 이 운용사는 불어나는 한국의 1인 가구에 주목하고 있다. ‘전세’에서 ‘월세’로 바뀌는 한국 주거시장 흐름을 바탕으로 수익을 올리겠다는 계산이다.
로버트 페이스 그레이스타 창업주(회장)는 지난달 서울 마곡동 코트야드 바이 메리어트 서울보타닉파크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내년에 한국 사무소를 열어 투자팀과 펀드레이징팀을 운영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비교 우위를 갖는 주거용 부동산에 투자를 집중할 계획”이라며 “그레이스타는 학생용 기숙사, 노인용 레지던스, 임대주택 분야에서 축적한 운용 지식을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에 특화된 투자 방법과 글로벌 감각을 모두 갖춘 한국 사무소 대표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로버트 페이스 회장은 1993년 스타우드캐피털에서 독립해 그레이스타를 설립했다. 페이스 회장은 하버드대학교 동문 배리 스턴리히트 스타우드캐피털 회장과 스타우드캐피털을 창업한 데 이어 두 번째 창업까지 성공했다. 그의 개인 재산은 58억 달러(약 8조원)로 알려져 있다. 포브스가 선정한 미국 266위 부호다.
페이스 회장은 한국의 1인 가구에 주목하고 있다. 한국의 1인 가구는 지난해 말 기준 993만5600가구로 전체의 41.5%를 차지했다. 2인 가구도 24.5%로 1~2인 가구가 전체의 66%에 달했다. 페이스 회장은 “다른 직업, 다른 동네에 살아보고 싶어 유연하게 자본을 활용하려는 22~35세를 타깃으로 한 주거 상품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1~2인 가구의 가장 큰 특성으로는 매달 고정적으로 주거 비용을 지출하는 것에 둔감하다는 점을 꼽았다. 목돈을 묶어두는 대신 유연하게 활용하려는 특성을 가진다는 것이다. 한국엔 전세 문화가 있어 주거용 부동산 투자가 어렵다는 질문에 “큰 자본이 묶이는 전세 방식으로 주거에 돈을 쓰고 있으나 앞으로 점차 바뀌어나갈 것”이라며 “1인 가구 증가로 자본을 유연하게 활용하려는 인구가 늘어나 월세로 많이 전환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중국 시장이 닫힌 것도 한국에 관심을 가진 배경으로 꼽힌다. 그레이스타는 2017년 중국 시장에 진출했다. 페이스 회장은 “2017년까지만 해도 많은 회사가 중국에 진출할 때 투자 위험을 감수하는 ‘리스크 온’ 상태였으나 이제 모든 게 바뀌었다”며 “한국은 점차 더 탈 중국 혜택을 받는 나라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레이스타가 한국 시장에서 사용할 펀드는 26억 달러(약 3조6000억원) 규모의 아시아 펀드인 ‘그레이스타 에쿼티파트너스 아시아퍼시픽 펀드’다. 이 펀드는 밸류 애드(가치 부가형) 펀드로 연간 목표수익률은 약 15%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늘 첫 투자가 어려운데, 초기 투자를 성공시켜 규모를 계속 늘려나갈 것”이라며 “우리는 10년, 20년의 정말 장기적인 관점으로 한국에 진출할 것이라 투자 규모를 특정할 순 없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한국 사무소는 마곡에 둘 예정”이라며 “국민연금이 투자한 마곡 원그로브도 대상 중 하나로 검토하고 있어 둘러볼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그레이스타는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찰스턴에 본사를 둔 부동산 자산운용사다. 북미, 유럽, 남미, 아시아·태평양 지역 등 전 세계 약 250개 시장에 진출해 있다. 아시아에서는 중국, 호주, 일본 등에 사무소를 두고 있다. 멀티패밀리(다세대 임대 주택), 학생용 기숙사를 비롯해 물류센터, 라이프 사이언스 등에도 투자하고 있다.
류병화 기자 hwahw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