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이 롯데케미칼 회사채의 조기상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핵심 자산인 ‘롯데월드타워’를 담보로 내놨다. 하지만 롯데케미칼 채권이 헐값에 거래되는 등 그룹을 둘러싼 둘러싼 위기설 여진은 이어지고 있다.
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롯데케미칼 회사채 1300억원어치가 이 회사 민평금리(민간 채권 평가사들이 평가한 기업의 고유 금리) 대비 평균 84bp(bp=0.01%포인트) 높은 수준에서 거래됐다. 롯데케미칼 회사채 보유 기관들이 손해를 감수하고 싼 값에 팔았다는 뜻이다.
그룹 랜드마크를 담보로 내놓는 특단의 조치도 먹혀들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자금시장의 불안감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롯데그룹은 지난 27일 롯데케미칼 회사채 이슈의 빠른 해결을 위해 ‘롯데월드타워’를 은행에 담보로 제공한다고 발표했다. 2조500억원 규모의 롯데케미칼 회사채가 재무특약 미준수로 기간이익상실(EOD) 사유가 발생한 데 따른 결과다. 담보를 잡은 은행이 롯데케미칼의 회사채에 신용보증을 서는 형태로 시장의 우려를 불식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같은 조치에도 업계는 당분간 롯데그룹 회사채 가격이 연일 널뛰기 장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27일 롯데지주 회사채 800억원어치가 민평 대비 평균 24bp(bp=0.01%포인트) 높은 수준에 거래되기도 했다. 유동성 위기설이 처음 불거진 지난 20~21일 롯데케미칼과 롯데지주 회사채가 각각 최대 86, 75bp 높은 수준에서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스프레드가 축소됐다. 하지만 ‘롯데월드타워’ 담보 소식이 나온 지 하루 만에 다시 롯데케미칼 회사채 가격이 80bp 높은 수준으로 뛴 것이다.
롯데그룹의 내년 조달 전선 불확실성이 커진 점도 문제다. 롯데그룹은 매년 회사채 등 자금시장에서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는 ‘빅 이슈어’로 꼽힌다. 꾸준히 자금시장을 활용한 탓에 내년에도 핵심 계열사들의 차환 부담이 상당한 편이다. 예컨대 롯데케미칼은 내년 2월부터 9월까지 총 9250억원의 회사채 만기가 대기 중이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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