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야는 튀르키예 내에서도 이슬람 문화가 짙어 가장 보수적인 도시라고들 한다. 고요하다 못해 적막할 것만 같은 첫인상. 콘야에 발을 디딘 지 반나절도 되지 않아 선입견은 깨졌다. 발 닿는 곳 어디든 이야기가 펼쳐졌고, 아무리 걸음을 서둘러도 하루가 모자랐다.
잘랄루딘 루미를 빼고 콘야를 이야기할 수 없다. 생전 성인으로 추앙받은 이슬람 신학자이자 수피 신비주의자로, 13세기 중반 수피 계열의 메블라나 교단을 창시했다. 그가 묻힌 메블라나 박물관은 콘야에서 가장 북적이는 장소다. 매년 12월이면 그의 기일을 맞아 전 세계인들이 콘야를 찾는다.
루미는 신과 하나 되기 위한 독자적인 의식을 창시했는데, 오늘날 튀르키예의 대표적인 전통 군무 ‘세마’다. 흰 스커트를 입은 군무단이 빠르게 돌며 춤추는 모습은 마치 꽃이 피어나는 듯한 착각을 선사한다.
세마는 이슬람 신비주의의 종교의식을 기원으로 한다. 빙글빙글 회전하는 동작은 모든 만물은 돈다는 세상의 이치와 태양을 중심으로 공전하는 태양계의 행성들을 상징한다. 고통스러운 회전 동작은 신을 만나기 위해 이겨내야 하는 하나의 관문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세마는 2008년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콘야에는 2012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차탈회위크도 있다. 시내 중심에서 차로 약 40분 거리에 있지만, 이동 시간을 감수할 만큼 신비로운 비밀을 간직한 곳이니 ‘역사 덕후’라면 놓치지 말자.
박소윤 한경매거진 기자 park.so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