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외자 논란에 휩싸인 배우 정우성을 향한 대중의 지탄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정치사회 분야 저명한 인사들이 이를 반박하는 입장을 잇달아 밝히면서 여론의 반전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그 여파로 국민 10명 중 3명은 '비혼 출산'에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는 여론조사도 재조명됐다.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6일 소셜미디어(SNS)에서 "연예인들의 사생활이야 늘 관심사가 되는 것이지만, 그가 결혼을 하느냐 마느냐 하는 결정까지 비난과 판단의 대상이 되는 건 공감이 잘 안된다"며 "아이 낳은 부부가 이혼하는 게 허용되고 그 선택이 존중되는 사회에서 아이를 낳은 남녀가 혼인하지 않고 따로 사는 게 비난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것이냐. 그럼 아이 낳고 결혼한 뒤 이혼하면 괜찮은 거냐"고 했다.
이 의원은 "애초에 그런 게 왜 판단과 평가의 대상이 되는지 잘 모르겠다. 누군가와 함께 산다는 결심은 굉장히 실존적인 결정이다. 함께 아이를 낳았다고 해서 상대방과의 관계를 불문하고 혼인해야 하고 동거의무와 부양의무를 지며 부부로 살아야 한다니 왠지 숨이 막혀 온다"며 "최소한의 법과 도덕의 테두리 안에서 혼자 살 자유, 내가 원하는 사람과 혼인할 자유, 이런 것은 개인에게 부여된 오로지 고유한 자유이고 권리 아니냐"고 했다.
젠더 이슈 관련 20~30대 젊은 층의 공감을 얻는 것으로 알려진 이선옥 작가도 같은 날 SNS에서 "여성이 스스로 출산을 결정했는데 누가 미혼모를 만들었다고 할 수 있나. 35세 여성이 세뇌당한 미성년자도 아니고 누가 미혼모로 만든다고 해서 만들어지냐"며 "낙태권을 주장할 때는 여성의 몸은 여성의 것이고 낙태든 출산이든 여성의 몸에서 행해지는 것은 오직 여성에게만 선택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여성이 아이를 낳아 기르겠다고 한 사안에 사귀지도 않으면서 미혼모를 만들었다고 남성에게 책임을 전가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낙태죄 처벌에 남성을 포함하라던 요구는 남성에게 출산 후 책임을 같이 지라던 것 아니었나. 타인의 삶은 타인의 것이다. 본인들의 정념을 투영해서 비난하거나 책임을 물을 일이 아니다"라면서 "이 사건으로 저 여성(문가비)의 삶이 불행해졌다는 생각이 든다면 피임을 잘해야겠다는 교훈 정도를 본인 삶에 새기면 될 일이다"라고 덧붙였다.
이들의 주장이 화제를 모으고 있는 가운데, 민 10명 중 3명은 '비혼 출산'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뒤늦게 재조명되고 있다. 피앰아이가 지난 5월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3000명에게 결혼하지 않고 아이만 낳아서 키우는 것에 대한 의견을 물은 결과 응답자의 30.3%는 찬성한다고 밝혔다. 특히 20~30대 응답자의 35% 이상이 긍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반면 60대 이상의 비혼 출산 찬성 비율은 20.8%로, 연령대에 따른 인식 차이가 뚜렷했다.
청년 정치단체 'AGENDA 27' 이석현 대표는 지난 27일 SNS에서 "사실 진짜 토론돼야 할 것은 정우성에 대한 조리돌림이 아니라, '비혼 출산'이라는 것이 한 사회가 권장할 만한 가족 형태인가에 대한 것"이라며 "한부모 가정의 아이를 조금도 차별하지 않아야겠지만, 그렇다고 한부모 가정의 탄생을 장려할 것인가는 별개의 토론 영역"이라고 했다.
정우성과 문가비는 2022년 한 모임에서 만났고, 지난해 6월 문가비가 정우성의 아이를 임신해 올해 3월 출산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우성은 청룡영화상 불참 등 결정으로 대중으로부터 한발짝 거리를 두는 모양새지만, 그가 일반인에게 SNS 다이렉트 메시지(DM)를 통해 접근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당장 논란이 진화되긴 쉽지 않아 보인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