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 유통과 식품 부문의 대표들은 대부분 유임됐다. 사업 일관성을 유지한다는 것이 그 이유다. 이들은 당장 1년의 시간을 벌었지만 가시적 성과를 내야 하는 상황이다.
◆ 호텔·면세·롯데월드 다 물갈이
28일 롯데그룹은 호텔롯데 법인 내 3개 사업부(롯데호텔, 롯데면세점, 롯데월드) 대표이사를 전부 교체했다고 발표했다. 강도 쇄신을 통해 경영 체질을 본질적으로 혁신하고 구조조정을 가속화하기 위한 결정이다.우선, 호텔롯데의 핵심 사업부문이자 매출의 80% 비중을 차지하는 롯데면세점은 2년 만에 대표가 바뀌었다. 지주에서 근무해온 김동하 전무가 맡는다. 그는 이번 인사에서 전무로 승진했으며, 면세점의 신임 대표이사로 내정됐다.
김동하 신임 대표는 1997년 롯데웰푸드(舊 롯데제과)로 입사 후 롯데 정책본부 개선실, 롯데슈퍼 전략혁신부문장 등을 역임했으며, 2022년부터 롯데지주 기업문화팀장으로서 그룹 노무와 생산성 관리를 책임졌다. 김 전무는 유통업에 대한 높은 이해도와 강한 추진력을 바탕으로 올해 6월 비상경영체제를 선포한 롯데면세점의 사업과 조직을 강하게 개혁할 적임자로 평가받는다.
호텔 사업부문은 롯데지주 사업지원실장인 정호석 부사장이 맡게 됐다. 정 부사장은 롯데 그룹사의 전략 수립을 지원하고 경영 리스크를 관리해온 경영 전문가로 꼽힌다.
정 부사장은 1991년 롯데알미늄(舊 롯데기공)에 입사한 뒤 롯데 정책본부 운영실, 롯데물산 기획개발부문장, 롯데지주 REVA(부동산 관리)팀장을 역임했다. 2022년부터 롯데지주 사업지원실을 이끌며 롯데그룹의 수익성 중심 경영을 추진해왔다.
호텔 사업을 총괄하게 된 정 부사장은 글로벌 사업 확장을 가속화하는 동시에 위탁 운영 전략 본격화를 통해 리스크를 관리해 나갈 계획이다. 또한 호텔 뿐 아니라 롯데월드, 롯데면세점을 포함한 호텔롯데 법인을 총괄 관리하는 법인 이사회 의장을 맡아 사업부 간 통합 시너지를 높여나갈 방침이다.
롯데월드는 권오상 신규사업본부장 전무가 신임 대표이사로 내정됐다. 권오상 전무는 1994년 롯데백화점으로 입사한 뒤 2013년부터 12년간 롯데월드의 전략·신사업·마케팅·개발 등을 책임져온 테마파크 전문가다. 최근에는 롯데월드의 글로벌 사업 확장을 위해 베트남과 동남아 현지에 맞는 비즈니스 모델을 직접 기획, 추진해왔다.
◆ 1년 생긴 유통·식품
롯데 유통군 총괄대표 김상현 부회장과 롯데 식품군 총괄대표 이영구 부회장은 유임됐다. 주요 유통 CEO들도 자리를 보전했다. 롯데그룹은 "유통군과 식품군은 현재 추진하고 있는 사업 전략의 일관성을 유지하되, 올해 중 가시적 성과를 내기 위해 사업실행력을 높이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1년의 시간을 벌었지만 성과 부담이 더 커졌다. 롯데 유통군HQ 총괄대표이자 롯데쇼핑의 대표이사인 김상현 부회장은 2021년 11월 정기 임원인사에서 롯데의 순혈주의를 깨고 유통 수장 자리에 올랐다. 그는 2022년 7월 "롯데가 유통 1번지이자 고객들의 첫 쇼핑목적지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유통업계에서 롯데쇼핑의 경쟁력은 쿠팡, 신세계 등에 밀리면서 약화하고 있다. 롯데쇼핑의 올 상반기 매출은 6조941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4%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소폭 증가했지만 순이익은 1743억원에서 68억원 손실로 돌아섰다.
김상현 부회장은 2026년까지 롯데쇼핑의 매출을 17조원까지 끌어올리고 영업이익 1조원을 달성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영구 부회장은 롯데제과와 롯데푸드의 합병, 식품군의 포트폴리오 개선 등 성과를 인정받으면서 2024년 정기 임원인사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롯데그룹은 이영구 부회장 체제에서 미래 먹거리 발굴, 포트폴리오 개선 등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이외에도 △정준호 롯데백화점 대표 △강성현 롯데마트·슈퍼 대표 △남창희 롯데하이마트 대표 △박익진 롯데온 대표 등도 유임됐다.
최수진 기자 jinny061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