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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실적 부진 ‘화학군’ 대거 문책...임원 80% 짐 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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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군의 대규모 세대교체와 ‘3세 경영’의 본격화.

롯데그룹이 11월 28일 단행한 2025년 정기 임원인사는 이렇게 요약할 수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장남인 신유열 미래성장실장 전무는 부사장으로 승진해 경영 전면에 나서게 됐다. 부진한 실적으로 ‘롯데 위기설’의 진원지로 꼽혀온 화학군에서는 최고경영자(CEO) 13명 중 10명이 짐을 싸며 대대적인 물갈이 인사가 이뤄졌다.

롯데는 이날 “조직 슬림화를 통해 의사결정의 속도를 높이고 생산성을 제고하기 위해 이 같은 인사를 단행했다”고 밝혔다.

롯데그룹 설립 이래 가장 큰 폭의 인사이동이 이뤄졌다. CEO 36%(21명)를 교체했으며 임원 22%가 퇴임했다. 롯데지주는 “고강도 쇄신을 통해 경영 체질을 본질적으로 혁신하고 구조조정을 가속화하겠다는 신동빈 회장의 단호한 의지가 반영됐다”고 전했다.

가장 눈길을 끄는 건 실적이 부진한 화학군에서의 대규모 문책인사다. 롯데 화학군을 이끌었던 이훈기 사장은 M&A 및 투자 실패, 화학군 실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또 약 30%에 달하는 화학군 임원들이 퇴임했다. 그나마 양호한 실적을 거둔 유통군 CEO들이 대부분 유임된 것과 대조되는 결과다.



신유열 미래성장실장 전무의 부사장 승진도 이번 인사의 핵심 포인트다. 신 부사장은 바이오 CDMO 등 그룹의 신사업과 글로벌사업을 직접 이끌 전망이다. 롯데그룹이 본격적인 3세 경영의 신호탄을 쐈다는 분석이 나온다.



롯데지주 경영혁신실장 노준형 부사장은 사장으로 승진했다. 롯데지주는 이번에 경영혁신실과 사업지원실을 통합해 그룹사 비즈니스 구조조정의 중심축 역할을 수행하도록 했는데 이 조직을 그가 이끌게 됐다. 노 사장은 내부에서 전략·기획·신사업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기존 사업의 역량 제고 및 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고도화할 적임자로 낙점됐다. 신규 조직은 노 사장을 중심으로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강화해 각 계열사 혁신을 가속화할 계획이다.

롯데 화학군 CEO 13명 중 10명 물갈이…이영준 구원투수 등판




롯데그룹 화학군은 총 13개 계열사 CEO 중 무려 10명이 교체됐다. 이는 지난해 선임된 롯데알미늄,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LC USA 3개 계열사 대표를 제외한 것이다.

롯데케미칼 첨단소재 대표이사 이영준 부사장이 롯데 화학군의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이영준 부사장은 사장으로 승진해 롯데 화학군 총괄대표 사장 겸 롯데케미칼 기초소재사업 대표이사 사장을 맡는다. 이 사장은 화학과 소재 분야 전문가로 사업과 조직의 체질을 바꿔 롯데 화학군 전반의 근본적 경쟁 우위를 확보할 인물로 평가받는다. 이 사장은 롯데케미칼 기초소재 대표이사를 겸임해 기초화학 중심 사업을 고부가가치 스페셜티 중심 사업구조로 신속하게 전환하는 작업을 진두지휘한다.

이 사장은 1991년 삼성종합화학에 입사 후 제일모직 케미칼 연구소장, 삼성SDI PC사업부장을 거친 뒤 2016년 롯데그룹에 합류했다. 롯데케미칼 첨단소재 PC사업본부장과 첨단소재 대표이사를 역임하며 제품 포트폴리오를 고부가제품 중심으로 강화하는 한편 주요 거래처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축소되는 판매량과 스프레드에 효율적으로 대응해 성과를 인정받았다.

롯데 화학군HQ CTO(기술전략본부장) 황민재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해 롯데케미칼 첨단소재 대표이사에 올랐다. 롯데이네오스화학 대표이사 정승원 전무는 부사장으로 승진해 롯데정밀화학 대표이사에 선임됐다. 롯데는 내부에서 검증된 인재들을 CEO로 인선함으로써 롯데 화학군의 사업 혁신을 선도하고 조직의 변화를 이끈다는 전략이다.

롯데 화학군 임원들 역시 큰 폭으로 세대교체가 이뤄졌다. 화학군 임원 가운데 30%가 짐을 싼다. 60대 이상 임원의 80%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다. 이는 롯데 화학군의 대대적인 쇄신을 위한 인사 조치라는 설명이다.

그동안 롯데 화학군을 이끌었던 이훈기 사장은 일선에서 용퇴한다. 이 사장은 롯데지주 경영혁신실장 재임 시 추진했던 일부 M&A 및 투자와 화학군 실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인사로 롯데그룹 전체에서 교체된 CEO는 총 21명인데 그중 화학군에서만 절반 이상의 CEO를 교체하는 초강수를 뒀다. 롯데케미칼은 그룹에서 유통과 함께 양대축으로 여겨지는 주요 계열사로 신동빈 회장이 1990년 한국에 들어와 경영 수업을 시작한 곳으로 애정이 남다른 것으로 전해진다. 그동안 그룹의 캐시카우 역할을 했지만 글로벌 경기침체와 중국발 공급과잉 등이 겹치며 3년 연속 적자를 내고 있다. 2022년부터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적자만 1조7700억원 규모에 달한다.

최근 시장에서는 롯데그룹 모라토리엄설(지급유예) 등을 담은 ‘지라시(정보지)’가 확산한데 이어 롯데케미칼의 회사채 이슈가 발생하면서 주가가 요동치기도 했다. 롯데는 “유동성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며 적극 진화에 나섰지만 시장의 불안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았다.



호텔롯데 대표 3명 다 바꿨다…유통·식품은 ‘1년 더’

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으로 꼽히는 호텔롯데 대표 역시 대대적으로 물갈이됐다.

반면 유통과 식품 부문의 대표들은 대부분 유임됐다. 사업 일관성을 유지한다는 것이 그 이유다. 이들은 당장 1년의 시간을 벌었지만 가시적 성과를 내야 하는 상황이다.

11월 28일 롯데그룹은 호텔롯데 법인 내 3개 사업부(롯데호텔, 롯데면세점, 롯데월드) 대표이사를 전부 교체했다고 발표했다. 강도 높은 쇄신을 통해 경영 체질을 본질적으로 혁신하고 구조조정을 가속화하기 위한 결정이다.

우선 호텔롯데의 핵심 사업부문이자 매출의 80% 비중을 차지하는 롯데면세점은 2년 만에 대표가 바뀌었다. 지주에서 근무해온 김동하 전무가 맡는다. 그는 이번 인사에서 전무로 승진했으며 면세점의 신임 대표이사로 내정됐다.

김동하 신임 대표는 1997년 롯데웰푸드(구 롯데제과)로 입사 후 롯데 정책본부 개선실, 롯데슈퍼 전략혁신부문장 등을 역임했으며 2022년부터 롯데지주 기업문화팀장으로서 그룹 노무와 생산성 관리를 책임졌다. 김 전무는 유통업에 대한 높은 이해도와 강한 추진력을 바탕으로 올해 6월 비상경영체제를 선포한 롯데면세점의 사업과 조직을 강하게 개혁할 적임자로 평가받는다.

호텔 사업부문은 롯데지주 사업지원실장인 정호석 부사장이 맡게 됐다. 정 부사장은 롯데그룹사의 전략 수립을 지원하고 경영 리스크를 관리해온 경영 전문가로 꼽힌다.

정 부사장은 1991년 롯데알미늄(구 롯데기공)에 입사한 뒤 롯데 정책본부 운영실, 롯데물산 기획개발부문장, 롯데지주 REVA(부동산 관리)팀장을 역임했다. 2022년부터 롯데지주 사업지원실을 이끌며 롯데그룹의 수익성 중심 경영을 추진해왔다.

호텔 사업을 총괄하게 된 정 부사장은 글로벌 사업 확장을 가속화하는 동시에 위탁운영 전략 본격화를 통해 리스크를 관리해 나갈 계획이다. 또한 호텔뿐 아니라 롯데월드, 롯데면세점을 포함한 호텔롯데 법인을 총괄 관리하는 법인 이사회 의장을 맡아 사업부 간 통합 시너지를 높여나갈 방침이다.

롯데월드는 권오상 신규사업본부장 전무가 신임 대표이사로 내정됐다. 권오상 전무는 1994년 롯데백화점으로 입사한 뒤 2013년부터 12년간 롯데월드의 전략·신사업·마케팅·개발 등을 책임져온 테마파크 전문가다. 최근에는 롯데월드의 글로벌 사업 확장을 위해 베트남과 동남아 현지에 맞는 비즈니스 모델을 직접 기획, 추진해왔다.

롯데 유통군 총괄대표 김상현 부회장과 롯데 식품군 총괄대표 이영구 부회장은 유임됐다. 주요 유통 CEO들도 자리를 보전했다.

롯데그룹은 “유통군과 식품군은 현재 추진하고 있는 사업 전략의 일관성을 유지하되, 올해 중 가시적 성과를 내기 위해 사업실행력을 높이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1년의 시간을 벌었지만 성과 부담이 더 커졌다. 롯데 유통군HQ 총괄대표이자 롯데쇼핑의 대표이사인 김상현 부회장은 2021년 11월 정기 임원인사에서 롯데의 순혈주의를 깨고 유통 수장 자리에 올랐다. 그는 2022년 7월 “롯데가 유통 1번지이자 고객들의 첫 쇼핑목적지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유통업계에서 롯데쇼핑의 경쟁력은 쿠팡, 신세계 등에 밀리면서 약화하고 있다. 롯데쇼핑의 올 상반기 매출은 6조941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4%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소폭 증가했지만 순이익은 1743억원에서 68억원 손실로 돌아섰다.

김상현 부회장은 2026년까지 롯데쇼핑의 매출을 17조원까지 끌어올리고 영업이익 1조원을 달성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영구 부회장은 롯데제과와 롯데푸드의 합병, 식품군의 포트폴리오 개선 등 성과를 인정받으면서 2024년 정기 임원인사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롯데그룹은 이영구 부회장 체제에서 미래 먹거리 발굴, 포트폴리오 개선 등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이외에도 △정준호 롯데백화점 대표 △강성현 롯데마트·슈퍼 대표 △남창희 롯데하이마트 대표 △박익진 롯데온 대표 등도 유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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