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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렬하고도 쓸쓸한 호퍼 그림들…미술관 대신 영화관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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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천재 화가 에드워드 호퍼(1882~1967)의 삶을 들여다보는 아트멘터리(아트+다큐멘터리) ‘에드워드 호퍼’가 27일 개봉했다. 한국인의 호퍼 사랑은 유명하다. 지난해 열린 서울시립미술관의 ‘에드워드 호퍼: 길 위에서’ 전시에는 33만 명이 다녀갔다.

사실 호퍼는 수많은 영화를 통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앨프리드 히치콕의 ‘이창’(1954)과 ‘글래디에이터2’로 돌아온 리들리 스콧의 ‘블레이드 러너’(1982),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작품으로 올해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받은 ‘룸 넥스트 도어’(2024) 같은 명작들의 장면 하나하나가 호퍼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호퍼의 그림을 보면 처음엔 선명하고 강렬한 색채에 시선을 뺏겼다가, 이내 쓸쓸함에 빠져들곤 한다. 호퍼의 그림이 물질적으로 풍요로웠지만, 정신적으론 고독했던 20세기 미국을 고스란히 담아냈기 때문이다.

영화는 ‘밤을 지새우는 사람들(Nighthawks)’, ‘뉴욕의 방(Room in New York)’ 등 그의 작품들을 하나하나 스크린으로 보여준다. 동시에 그의 생의 궤적을 짚으며 고독과 외로움, 고립을 섬세하게 포착해낸 호퍼만의 그림이 그려진 이유를 설명한다. 휘트니 미술관, 시카고 뮤지엄 소속의 전문 도슨트와 카르메니타 히긴보탐 버지니아커먼웰스대 미대 교수 등 전문가들이 직접 호퍼의 예술 여정을 전해주는 방식이다.

영화는 호퍼의 어린 시절부터 조명한다. 그림을 그리도록 격려한 어머니, ‘독서광’이라 불릴 정도로 책을 사랑한 아버지 밑에서 자란 호퍼는 타고난 예술에 대한 재능을 마음껏 펼칠 수 있었다. 구상적 재현에 의지를 보였던 호퍼의 붓질이 뉴욕예술학교에 들어가 “위대한 화가는 할 말이 있는 사람으로 단순히 사람, 풍경, 가구를 그리는 게 아니라 아이디어를 표현해야 한다”고 말한 로버트 헨리에게 그림을 배우며 다듬어졌다는 사실도 들려준다.

프랑스 파리에서 인상파의 그림을 흡수하면서도 소심하게 생활한 이야기도 눈길을 끈다. 피카소, 마티스, 모딜리아니 같은 당대 화가들이 모여 살던 몽마르트르나 사교클럽 물랑루즈는 제대로 가본 적도 없이 빛과 그림자에 몰두해 그림을 그렸다. 그림을 그릴 때면 아내인 조지핀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싶어 하는 호퍼의 성격은 고독이 가득한 그림으로 재현된다.

호퍼는 이렇게 말했다. “괴테는 이렇게 선언했어요. ‘모든 문학 활동의 시작과 끝은 나를 둘러싼 세계를 재현하는 것이고….’ 이 말은 근본적으로 회화에도 적용됩니다.”

유승목 기자 mo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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