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자 가격이 줄줄이 오르고 있다. 해태제과, 롯데웰푸드에 이어 오리온도 과자 가격 인상에 나섰다. 대부분 카카오 등 가격이 급등한 원재료 사용 비중이 높은 제품이다.
오리온은 다음달 1일부터 '초코파이'를 제외한 13개 제품의 가격을 평균 10.6% 인상한다고 27일 밝혔다. '초코송이'는 20% 오르고 '마켓오 브라우니'는 10%, '톡핑'과 '오징어 땅콩'은 6.7% 각각 오른다. 오리온 관계자는 "초콜릿의 주원료인 카카오 국제시세가 최근 2년 동안 4배 이상 급등했다"며 "견과류도 6년새 두 배 가까이 올랐다"며 "가격 상승이 지속될 것이라는 시장 전망에 따라 가격 인상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오리온은 소비자가 많이 찾는 제품인 초코파이 가격은 동결하고 30% 이상 가격 인상이 불가피한 '투유' 등 일부 제품은 가격 인상 대신 제품 공급을 당분간 중단하기로 했다. 오리온 관계자는 "이번 가격 인상으로 마켓오 브라우니는 16년, 오징어 땅콩은 13년, 초코송이는 11년 만에 각각 가격이 오르게 됐다"고 설명했다.
오리온 사례처럼 가격 인상 제품은 모두 초콜릿 함량이 높다는 공통점이 있다. 초콜릿 원재료인 국제 카카오 가격이 지난해부터 뛰기 시작하면서 관련 제품 값을 끌어올리고 있다. 카카오가 전체 생산량의 75%를 차지하는 가나, 코트디부아르 등 서아프리카 국가 등에서 작황이 부진해서다.
서아프리카에 폭우, 가뭄, 감염병이 겹치면서 카카오 생산량이 급감했고 가격 폭등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3월만 해도 미국 뉴욕선물거래소에서 톤(t)당 2000달러대에 거래된 카카오 선물 가격은 올해 4월 1만2000달러까지 치솟았다가 현재는 8600달러 정도다.
앞서 해태제과도 다음달부터 홈런볼, 자유시간, 포키 등 제품 10종 가격을 평균 8.59% 인상한다고 했다. 홈런볼(46g), 포키(46g)는 소비자 가격이 1700원에서 1900원으로 오르고 자유시간(36g), 오예스(360g)도 각각 1000원에서 1200원, 6000원에서 6600원으로 비싸진다.
지난 6월 롯데웰푸드는 빼빼로, 가나 초콜릿 등 제품 17종의 가격을 평균 12% 인상했다. 이마트도 자체상품(PB)을 앞세운 노브랜드의 다크·밀크초콜릿(90g) 가격을 최근 980원에서 1280원으로 올렸다.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 작황이 당분간 부진할 것으로 전망돼 앞으로도 수급에 대한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새 카카오 나무가 수확하기 적당한 수준으로 자라려면 5~7년 정도 걸려 당분간 가격이 떨어지기 어려워서다. 치솟는 카카오 가격에 지난달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직접 아프리카 가나를 찾아 원료 수급 상황을 점검하고 카카오 묘목 13만 그루를 기부하기도 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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