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지 좁아지는 엘리트 체육시설
26일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전국 간이운동장(동네 체육시설)은 2014년 1만6046곳에서 2022년 2만5983곳으로 61.9% 늘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육상 경기장은 242곳에서 2022년 247곳으로, 하키장은 15곳에서 19곳으로 4~5곳씩 증가하는 데 그쳤다. 올해 한국 프로축구 최상위 리그 ‘K리그1’ 소속 12개 구단 중 경기장을 소유한 곳은 포항 스틸러스(포스코그룹) 한 곳뿐이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전용 구장 투자자가 많지 않은 데다 인허가나 예산권을 쥔 지자체로선 생활체육 저변 확대도 중요한 정책 목표다 보니 우선순위를 정하는 게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최근 경기 안양시는 시민 구단 FC안양의 전용 축구장을 지으려다가 지하 빙상장 등 주민 체육시설까지 함께 조성하는 복합체육시설로 계획을 변경했다. 안양시는 2021년부터 축구전용구장 건립 타당성 조사를 벌였으나 1000억원이 넘는 사업비가 투입되는데 특정 스포츠만을 위한 시설을 지으면 사업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시의회 측 비판을 무시하기 어려웠다.
서울에서도 2003년부터 추진해온 광진구 광장동 체육복합시설 개발이 아직도 진행 중이다. 구민체육센터, 라이브홀 등은 이미 완공됐지만 서울시가 주도한 특정 종목 경기장은 현재 행정안전부 중앙투자심사를 받고 있어서다. 관련 행정 절차가 복잡한 데다 부지에 어떤 시설을 들일지를 놓고 관할 자치구인 광진구와의 협의가 예상보다 길어졌다. 결국 이곳 부지에는 인근 주민이 쓸 수 있는 생활체육시설까지 함께 들이기로 결정됐다.
“지자체 의존 말고 자생력 키워야”
프로 스포츠 선수들이 쓰는 전용 시설을 일반에 개방해 달라는 요구도 적지 않다. 부천도시공사가 관리하는 부천종합운동장 보조구장이 대표적이다. 이곳은 시민 구단 부천FC가 훈련 전용구장으로 주 5회 사용 중이다. 이런 가운데 부천시체육회는 보조구장을 일반인도 이용할 수 있게 해달라고 공사 측에 끊임없이 요구했다. 공사 관계자는 “내년 1월부터 부천시체육회 측이 오정대공원 축구장을 독자 운영하기로 하면서 문제가 해결됐다”고 했다.체육계는 국제 규격의 대회를 열고 선수 경기력을 끌어올리려면 민간과 분리된 전용 시설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FC서울 팬들이 마포 상암월드컵경기장의 잔디 상태를 비판하며 연예인 콘서트나 지자체 행사 등 목적으로 대관하지 말라고 주장하는 것과 비슷한 취지다. 그러나 팬층이 두텁지 못한 비인기 종목은 구조적인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국내에선 흥행성이 입증된 야구 정도만 프로 구단이 전용구장을 개발해 보유하거나 지자체에 시설 임차료 등을 넉넉하게 줄 수 있다.
한화 컨소시엄은 잠실 스포츠·마이스(MICE) 복합단지 개발사업의 일환으로 기존 야구장을 대체할 3만 석 규모의 돔구장을 건설한다.
프로 스포츠 구단의 지자체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것이 근본 원인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명왕성 한신대 특수체육학과 교수는 “프로 구단들이 지자체나 모기업의 지원에 의존해 현상 유지에만 급급하기보다 마케팅 등을 강화해 자생력을 키우는 게 근본 해결책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해련 기자 haery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