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게임 전시회 ‘지스타 2024’가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나흘간의 일정을 마치고 지난 17일 막을 내렸다. ‘당신의 지평선을 넓혀라(Expand Your Horizon)’를 슬로건으로 내건 이번 행사에서 게임사들의 공통 과제는 지식재산(IP) 확장이었다. 올해로 20주년을 맞은 지스타는 역대 최대 규모로 열렸다. 총 3359개의 전시 부스가 설치됐고, 44개국 1375곳의 업체가 참여했다. 현장 방문객 수도 팬데믹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 지스타엔 총 21만5000명이 방문해 지난해 방문객 수 19만7000명을 넘어섰다.
○2025 게임사 경쟁력의 열쇠, IP
올해 주요 게임사들은 IP를 활용한 게임 개발에 총력을 기울였다. 두터운 팬층을 보유한 기존 IP를 활용해 신작 출시의 위험을 줄이고, 시장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전략이다. 국내 게임사들은 그동안 개발력은 뛰어나지만 IP 활용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넥슨은 창립 30주년을 맞아 메인 스폰서를 맡았다. 참가사 중 최대 규모인 300개 부스를 마련하고 게임 4개를 소개했다. 이 가운데 2개는 넥슨의 대표 IP인 ‘던전앤파이터(던파)’를 활용했다. 지스타에서 처음 공개된 횡 스크롤 액션역할수행게임(ARPG) ‘프로젝트 오버킬’은 원작의 14년 전 이야기를 담았다. 또 다른 신작 ‘퍼스트버서커: 카잔’은 원작 게임 속 캐릭터 ‘버서커’의 기원을 다뤘다. 이준호 네오플 디렉터는 “카잔은 원작 던파 세계관에서 800년 전의 이야기를 다룬다”며 “카잔이 어떻게 버서커로 변화하는지에 초점을 맞췄다”고 전했다.
넷마블은 ‘트랜스미디어’ 전략을 내세우며 기존 유명 IP의 게임화에 주력했다. 트랜스미디어는 하나의 세계관이나 이야기를 여러 매체로 확장해 전달하는 것을 의미한다. 방준혁 넷마블 의장도 지스타 현장에서 “기존 IP를 새로운 스토리로 게임과 연계하면 접근성을 넓힐 수 있다”며 “소재 고갈과 기존 미디어의 한정성을 넘어서는 방법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넷마블의 트랜스미디어 전략은 이미 성공적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넷마블은 ‘나 혼자만 레벨업: 어라이즈’로 2024 대한민국 게임대상에서 대상을 차지했다. 웹소설과 웹툰으로 세계적 성공을 거둔 원작 IP의 힘을 활용해 이용자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내년엔 해외 드라마까지 IP 활용을 확대할 예정이다. 올해 지스타에서 선보인 내년 상반기 출시 예정작 ARPG인 ‘왕좌의 게임: 킹스로드’는 에미상과 골든글로브 수상작인 ‘왕좌의 게임’ IP를 활용했다.
크래프톤은 새로운 자체 IP 확보에 힘을 쏟았다. 크래프톤은 톱다운 뷰의 슈팅 게임 신작 ‘프로젝트 아크’를 공개했다. 양승명 크래프톤 펍지스튜디오 디렉터는 “펍지스튜디오에서 개발 중인 만큼 배틀그라운드 유니버스에 들어갈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설정과 세계관을 짰다”고 설명했다. 크래프톤은 그동안 대표작 배틀그라운드를 이을 다음 IP의 부재를 지적받아온 만큼 이를 극복하려는 행보로 해석된다.
○플랫폼 경계를 넘다
플랫폼 확장 기조도 이어졌다. 라이온하트스튜디오는 루트슈터 장르 신작 ‘프로젝트 S’를 선보였다. 이 회사의 첫 콘솔 도전작이다. 펄어비스는 오픈월드 액션 어드벤처 게임 ‘붉은사막’을 소개하며 콘솔로 시연을 진행했다.하이브IM과 웹젠은 크로스플랫폼 개발에 주력했다. 하이브IM이 출품한 대규모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신작 ‘아키텍트: 랜드 오브 엑자일’은 PC와 모바일 모두에서 서비스할 수 있도록 개발 중이다. 웹젠도 이번 지스타에서 선보인 ARPG ’드래곤소드’와 수집형 RPG ‘테르비스’ 등 신작 2종을 PC·모바일 크로스플랫폼으로 개발하고 있다.
지스타의 확장성이 여전히 과제로 남았다는 평가도 나왔다. 올해도 지스타 현장에선 블리자드, 닌텐도 등 주요 해외 게임사의 작품을 찾아볼 수 없었다. 다만 올해 42개 세션으로 진행된 현장 강연 시리즈인 ‘G-콘 2024’에 전설적인 일본 게임 개발자들이 참석해 20주년의 의미를 더했다. 올해 기조연설 세션엔 코에이테크모 창업자로 ‘삼국지’ ‘대항해시대’ 등을 개발한 시부사와 고우 프로듀서, 일본식 역할수행게임(JRPG)의 ‘전설’로 불리는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를 총괄한 기타세 요시노리 프로듀서 등이 자리했다.
황동진 기자 radh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