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미국을 향해 “갈 데까지 가봤다”며 향후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와의 비핵화 협상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22일 노동신문 등 북한 매체들에 따르면 김정은은 전날 평양에서 열린 무장장비전시회 ‘국방발전-2024’ 개막식 기념연설에서 “우리는 이미 미국과 함께 협상주로의 갈 수 있는 곳까지 다 가봤으며 결과는 침략적이며 적대적인 대조선 정책이었다”고 말했다. 김정은은 “우리 당과 정부는 그 어떤 경우에도 자기 국가의 안전권이 침해당하는 상황을 절대로 방관하지 않을 것이며 우리 손으로 군사적 균형의 추를 내리우는 일은 영원히 없을 것임을 다시금 분명히 한다”고 강조했다.
김정은의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재집권 이후 북·미 협상이 재개될 것이라는 국제사회의 관측에 선을 그은 것으로 풀이된다. 또 ‘군사적 균형의 추’를 언급하면서 ‘비핵화’ 협상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김정은이 트럼프 당선 후 직접적인 메시지를 내놓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트럼프 2기 행정부에 북·미 대화의 기본 원칙을 제시한 것”이라며 “대화에 아예 선을 그었다기보다는 ‘핵무력 고도화’와 ‘적대시 정책 철회’라는 협상 재개 조건을 다시 부각해 트럼프 당선인을 압박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북한은 이번 무장장비전시회에 소총과 탱크부터 우주발사체까지 다양한 군사 장비를 한데 모아 내놨다. 지난해 11월 정찰위성 ‘만리경-1호’를 실어 쏘아 올린 발사체 ‘천리마-1형’, 지난달 처음 발사한 화성-19형 등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도 전시됐다. 다양한 형태의 자폭형 무인기(드론)와 최근 러시아에 수출한 240㎜ 방사포 등을 장착한 장갑차도 전시됐다. 국제사회에 국방력을 과시하고 무기들이 러시아로 흘러 들어갈 수 있음을 에둘러 경고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종우 기자 jong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