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집권 2기가 다가오면서 세계 금융·자산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의 규제 완화 기대로 암호화폐 가치는 치솟고 있고, 관세 부과에 따른 유럽 경제 타격 우려로 유로화 가치는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22일 미국 최대 암호화폐거래소 코인베이스에서 비트코인 가격은 9만9000달러를 돌파했다. 오전 4시15분에 전일 대비 5.09% 오른 9만9055달러에 거래됐다. 암호화폐 가격 급등은 트럼프 당선인이 관련 산업을 키우겠다고 공약한 영향이 크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7월 암호화폐 연례 최대 행사인 비트코인 콘퍼런스에 미국 대선 후보로는 처음 참석해 “친비트코인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미국 대선일이던 이달 5일 7만달러 아래에서 거래되던 비트코인은 지난 16일간 약 45% 급등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비트코인이 국가 준비자산이 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관련 법안도 발의돼 있다. 준비자산이란 각국 중앙은행이 대외 결제를 위해 보유하고 있는 자산으로 달러 같은 기축통화와 국제통화기금(IMF) 특별인출권(SDR), 금 등이 해당한다. 미국이 비트코인을 준비자산으로 저장하면 다른 국가도 이를 준비자산으로 매입할 가능성이 크다. 투자회사 ARK인베스트먼트의 캐시 우드는 2030년까지 비트코인 가격이 최대 150만달러에 도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과열 우려도 있다. 암호화폐투자사 갤럭시인베스트먼트파트너스의 마이클 노보그라츠 최고경영자(CEO)는 CNBC 방송에서 “(투자자들의) 암호화폐 투자 레버리지가 너무 높아 조정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암호화폐 저승사자’로 불린 게리 겐슬러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은 이날 X(옛 트위터)를 통해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하는) 내년 1월 20일 위원장직을 내려놓겠다”고 밝혔다. 2021년 4월 취임한 겐슬러 위원장의 임기는 2026년까지다. 겐슬러 위원장은 유동성이 커 위험하다는 이유로 현물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 출시에 반대하는 등 암호화폐 규제에 앞장섰다.
달러 대비 유로화 가치는 연일 추락하고 있다. 21일(현지시간) 국제 외환시장에서 유로·달러 환율은 한때 유로당 1.046달러까지 하락(달러 강세)해 2022년 11월 후 최저치를 찍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10~20%의 보편관세를 부과하면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 수출 경제가 타격받을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이런 추세라면 내년 트럼프 취임과 함께 1유로 가치가 1달러 이하로 떨어지는 ‘패리티 붕괴’가 일어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최근 바클레이스, 도이체방크, 노무라인터내셔널 등 10개 은행이 유로화 콜(매수) 옵션을 대폭 줄였다. 조지 사라벨로스 도이체방크 외환리서치책임자는 “유로·달러 환율은 0.95달러 이하로 하락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뉴욕=박신영 특파원/김인엽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