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대한민국 금융그룹 대해부-하나금융
하나금융그룹 내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의 임기가 올 연말 대부분 만료되는 가운데, 이들 CEO의 핵심 성과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는 분위기다. 올해 초 하나생명 CEO로 선임된 남궁원 대표 정도를 제외하면 하나금융 계열사 수장 대부분이 연임이냐 교체냐의 기로에 섰다. 계열사 중에서도 주축이 되는 하나은행(이승열 행장)은 물론이고 하나증권(강성묵 대표), 하나카드(이호성 대표), 하나캐피탈(박승오 대표), 하나저축은행(정민식 대표) 등이 모두 임기 만료를 앞뒀다.
첫 외환 출신, 이승열 행장 성적표는
우선 이승열 하나은행장은 첫 외환은행 출신 은행장이라는 상징성을 지녔다. 전략, 리스크 관리, 재무 등 은행 핵심 업무를 두루 거친 이 행장은 올해 내실과 협업을 경영 키워드로 내세웠다. 하나은행만의 지속 가능한 성장 모델을 만들고, 리테일, 기업금융, 자산관리, 외국환, 자금 시장 등 강점 사업에 집중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행장의 주도 아래 하나은행은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낸 데 이어, 올 3분기 기준 누적 당기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0.5% 증가한 2조7808억 원을 기록했다. 시장금리 하락에 따른 이자이익 감소에도 불구하고 IB 수수료 증가, 유가증권 트레이딩 실적 개선 등 수익 다각화 노력에 따라 비이자이익이 증대했다고 은행 측은 설명했다.
지난해 5대 시중은행 중 생산성 분야에서 1위(4억1600만 원)를 기록한 것도 눈에 띈다. 생산성은 직원 1인당 충당금 적립전이익(충전이익)으로, 충당금이나 자산 규모 변동의 영향을 받지 않아 은행의 영업 경쟁력을 잘 보여주는 지표다. 또 선제적인 충당금 반영과 연체 관리 덕에 3분기 기준 은행 고정이하여신(NPL) 커버리지 비율은 181.7%, 연체율은 0.27%로 양호한 지표를 보였다.
강성묵 하나증권 대표는 지난해 적자 상태였던 하나증권을 흑자로 전환시킨 주인공이다. 하나증권의 올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1818억 원을 기록했다. 전 사업 부문의 실적 개선 속에서 투자 자산에 대한 적극적인 관리가 이뤄졌고, 경영 효율화를 통해 순이익을 정상화시켰다는 평이다. WM 부문은 금융 상품 중심으로 수익을 개선했고, IB 부문은 금리 하락세에 힘입어 자산에 대한 보유 수익이 정상 궤도에 올랐다.
‘트래블로그’ 흥행 성공에 웃는 하나카드 CEO
이호성 하나카드 대표는 카드 업계 메가히트 상품으로 꼽히는 ‘트래블로그’를 흥행시킨 성과가 두드러진다. 해외여행 특화 카드인 트래블로그의 성공으로 하나카드는 ‘하위권 카드사’라는 이미지에서 탈피했다는 평까지 듣는다. 이미지에서 그치지 않고 실적도 끌어올렸다. 하나카드는 지난해 3분기부터 올해 3분기까지 5개 분기 연속으로 전년 대비 실적 개선에 성공하며 우상향 추이를 유지했다. 지난 10월 발표한 3분기 실적에서는 누적 당기순이익 1844억 원을 시현해 전년 대비 44.8%의 성장률을 보였다.
박승오 하나캐피탈 대표는 이번이 두 번째 임기(2+1년)로, 3년째 CEO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취임 첫해에는 최대 실적을 거뒀지만 캐피털 업계의 전반적인 불황이 지속되며 최근 실적은 하락세를 보이는 중이다.
하나캐피탈의 올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1212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6.5% 감소했다. 해외 부동산 장기 침체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로 인한 충당금의 영향이다. 다만 하나금융 비은행 계열사 중에서는 순이익 3위를 기록했다. 또 불확실한 경기 상황 속에서 안정성이 높은 리테일 자산 중심으로 자산 증대를 이뤄 3분기 기준 총자산 19조2000억 원을 달성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정민식 하나저축은행 대표도 앞서 한 차례 연임에 성공해 올해 취임 3년 차를 지내고 있다. 하나저축은행은 올 3분기 누적 순손실 170억 원을 기록했는데, 장기화된 고금리로 연체율이 높아진 탓에 좀처럼 수익성을 회복하지 못하는 업황 영향이 크다.
한편 임기 만료 CEO는 아니지만 전임 CEO의 임기가 만료되기 전에 하나생명 대표로 깜짝 발탁됐던 남궁원 대표는 전년 대비 개선된 성적표를 보여주고 있다. 자금 시장 전문가인 남 대표는 취임 당시부터 보험이익 규모가 낮고 투자영업 리스크가 지적되는 하나생명의 건전성을 강화할 구원투수로 꼽혔다. 하나생명은 올 3분기 241억 원의 누적 당기순이익을 기록, 전년 대비 42% 늘어난 실적으로 성과를 증명했다.
정초원 기자 cc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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