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가 달라도, 간절한 소망을 이루고자 하는 마음이야 다를 것이 있으랴. 옛부터 경남 지역의 사람들은 마음속에 소원을 품으면 울산 울주군의 신불산 배내골을 찾았다. 파래소폭포에서 치성을 드리기 위해서다. 폭포의 이름도 바라는 것을 이뤄준다는 ‘바래소’에서 유래되었다. 특히 이곳에서 기우제를 지내면 바라던 대로 비가 내렸다고.
조상님들은 소원을 빌기 위해 첩첩산중에 올라야 했지만, 지금은 길이 잘 닦여 어렵지 않게 도착할 수 있다. 신불산 자연휴양림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작은 골짜기를 따라 10분 정도 산책하듯 걷다 보면 하얀 물보라를 일으키며 떨어지는 파래소폭포를 만날 수 있다.
15m 높이에서 떨어지는 물줄기도 장관이지만, 물이 떨어지는 못 역시 신비롭다. 수면 위로는 계절마다 옷을 갈아입는 잎들이 투명하게 비친다.
검푸른 빛을 띠는 못 한가운데는 깊이를 짐작하기 어렵다. 명주실 한 타래를 풀어도 바닥에 닿지 않는다는 전설이 전해지는 이유다. 이른 아침나절에는 물보라 위로 무지개가 떠 오른다. 마음속 깊이 품은 소망이 있다면 이곳에서 바라보는 것은 어떨까.
김은아 한경매거진 기자 una.kim@hankyung.com